한국하늘 중국공해 비상/해안공원 「살인적 매연」동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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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환경협정 등 방지대책 시급
【중국 요령성=오체영특파원】 중국대륙에서 날아오는 아황산가스·메탄가스 등 공해를 막는 일이 시급하다.
산업화를 서두르며 더욱 나빠진 중국의 오염된 대기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중국이 대기오염방지협약을 맺거나 국제대기오염 확산방지협약에 함께 가입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의 70%를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은 대부분의 공업도시들이 공장·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와 주택의 난방용가스,낡은 버스들이 내뿜는 시커먼 매연가스로 멍들어 있었다.
중국 요령성 심양시에서 중국최대의 제철소 안산철강공사가 있는 안산시는 자동차로 30분남짓한 거리. 그동안 구름 한점없는 맑은 하늘이 가까이 갈수록 안산위에서는 뿌연 안개로 뒤덮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서니 매캐한 화학약품냄세가 코속으로 들어오면서 곧이어 눈이 따갑고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왔다. 시내 한편에 안산철강공사의 제철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등 배출가스 때문이었다.
제철소로 들어서니 석탄으로 가동하는 화력발전소의 거대한 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나오고 있었고 서둘러 차창을 닫아야 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컸던 안산철강은 그동안 설비투자를 거의 안해 「고철덩어리」로 둔갑,파이프라인은 녹슬어 아예 붉은 색으로 변해있었고 연결부분 군데군데에서는 가스가 뿌옇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또 심양 등 일부도시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시내에 있어 50m가 넘는 거대한 굴뚝에서 내뿜는 배출가스를 시민들이 그대로 마시고 사는 형편이었다.
중국정부도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나 「산업화」「환경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챙길 여력이 없어 사실상 눈감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공업지대가 대부분 서해안 연안지대에 있는데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은 대기권에 있어 요령성 등 동북쪽 공업지대의 아황산가스·메탄가스 등 오염된 대기들까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와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점이다.
우선 중국에서 날아온 아황산가스는 우리나라의 산성비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에 내리는 비는 수소이온농도(pH)가 평균 4.8로 산성도가 심한 편인데 우리나라는 평균 6이나 중국과 가까운 백령도의 경우 기류이동이 없을때는 5.6,이동이 있을때는 5로 나타나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한국교원대 환경과학연구소와 미국해양기상청이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의 메탄가스 평균농도는 1천8백23.3PPB로 세계최고수준이며 특히 충남 태안반도의 메탄가스중 상당량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는 이에 대해 『정부가 중국과 환경협력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중국과 우리가 쌍무협약을 맺거나 「대기오염의 장거리 국경이동에 관한 국제협약」에 동시가입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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