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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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염재만씨 등 주제발표
『즐거운 사라』의 작가 마광수교수(연세대)와 이 책을 출간한 청하출판사 대표 장석주씨 구속에 항의하는 문인·출판인들로 구성된「문학작품표현자유침해와 출판탄압대책위원회」는5일 오후4시 흥사단 강당에서 문학작품의 외설시비에 관한 공청회를 가졌다.
문인 및 일반인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청회는 작가 염재만·김수경·문형렬씨, 문학평론가 반경환씨의 주제발표와 연세대 마교수 제자들의 자유토론 등으로 세시간 가까이 열렸다.

<"법적용 형평성 잃어">
외설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주최측은『즐거운 사라』에 대해 법적 제자를 건의한 간행물 윤리위원회 등도 초청했으나 불참, 이날 공청회는「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성토」로 일관.
문형렬씨는『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접촉하기 위해 성 표현에 대한 외설시비도 문화적 차원의 몫으로 돌려야한다』고 주장. 참석하지는 않고 주제논문만 보내온 작가 하일지씨는『「즐거운 사라」를 구속하기보단 기성세대의 유흥·퇴폐문화를 진지하게 반성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 문제와 사회 도처에 널려있는 다른 퇴폐는 다 놓아두고 『즐거운 사라』에만 달려든 법의 형평성 문제를 따졌다.

<서명문인 거의 불참>
그러나『「즐거운 사라」에 대해 문학적으로 옹호할 수는 없지만』하는 주자발표자들의 한결같은 전제나 구속에 항의·서명한 문인 2백17명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이날 공청회에서 마교수의 구속을 둘러싸고 문단이 빠진 딜레마를 읽을 수 있다. 문학적 상상력을 위해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겠는데 문학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즐거운 사라』를 옹호해야만 하는 난처함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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