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페레스 이스라엘 새 대통령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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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원로 정치인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83.사진) 이스라엘 부총리가 13일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이날 카디마당 소속인 페레스 부총리 등 대선 후보 3명을 놓고 1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페레스가 58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페레스는 당선 기준인 과반 득표(61표)에는 실패했지만 리쿠드당 소속인 레우벤 리블린 후보와 노동당 소속인 콜레트 아비탈 후보가 2차 투표 참가를 포기했기 때문에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총 120석으로 구성된 크네세트가 뽑는 이스라엘 대통령은 당파를 초월한 국가수반으로서 의전에 관계된 권한을 주로 행사하고, 군 통수권 등 실질적인 국가권력은 행정수반인 총리가 갖는다.

페레스는 2000년 7월 대선에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엎고 노동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당시 리쿠드당 후보였던 무명의 모셰 카차브 현 대통령에게 패하고 말았다. 뒤이어 2005년 노동당 지도부 경선에서도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치 신인이던 아미르 페레츠에게 패해 당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노동당을 버리고 아리엘 샤론 전 총리가 만든 카디마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그의 정치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샤론 전 총리를 승계한 에후드 올메르트 현 총리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페레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결국 그를 카디마당의 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폴란드 태생인 페레스 당선자는 20대에 정계에 입문해 외무.국방장관 등을 역임하고 1984년에는 노동당 당수 자격으로 리쿠드당의 이츠하크 샤미르 당수와 공동 총리를 맡는 등 모두 세 차례나 총리를 지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을 가져온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로 94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온건파 정치인인 에후드 바라크(65) 전 총리가 6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노동당 당수로 정계에 복귀했다. 12일 당수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에서 정보기관인 신베트 국장 출신인 아미 아얄론 의원을 2%의 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바라크는 2000년 시작된 팔레스타인 제2차 인티파다(봉기)를 저지하지 못해 2001년 2월 조기총선에서 아리엘 샤론 당시 국방장관에게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 뒤 미국계 IT 회사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강연 활동을 통해 지지세력을 꾸준히 다져왔다. 알자지라 방송은 13일 "복잡하고 치열한 정계를 직접 공략하기보다 지식인.대학생 등 여론 주도층의 온건 표를 조용히 확보해 온 그의 전술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라크가 복귀하면서 이스라엘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레바논전쟁 패전으로 곤경에 몰려 있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메르트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노동당이 연립내각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럴 경우 연정이 무너지고 조기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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