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10년 만에 첫 앨범 … 늦깎이 설움 절절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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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른 가수들을 빛나게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늘에 가려 있던 두 신인가수가 있다. 저스트(본명 정성.사진(左))와 에코 브리지(본명 이종명.(右)). 29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최근 음악생활 10년 만에 첫 앨범을 내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각각 가이드 보컬과 세션 활동으로 기본기를 탄탄히 쌓았기에 그들의 무명생활은 헛되지 않았다.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노래 '선인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저스트(29.본명 정성). 미성과 허스키를 넘나드는 보컬로 주목받는 그지만, 데뷔까지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그는 10년을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했다. 1997년부터 앨범을 준비했지만, 소속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껏 소속사만 다섯 번 옮겼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가이드 보컬'. 절반 정도 완성된 곡을 가사도 없고, 기본 멜로디만 있는 상태에서 불러보는 가수다. 가이드 보컬의 노래를 듣고 제작자가 곡의 구매를 결정하고, 가수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감을 잡는다.

최고의 가이드 보컬로 활동해 온 그는 바다.나윤권.제이.이정 등의 앨범에 코러스로도 참가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 '그린로즈' 등 드라마 OST 앨범에도 그의 노래가 수록됐다.

"지난해 이은미씨의 앨범에 코러스도 하고, 피처링도 했습니다. 'PIN'이라는 업템포 곡이었죠. 이은미씨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가한 건 제가 처음이었죠."

그는 2년 전부터 다른 가수들의 앨범작업에 보컬 감독으로 참가했다. 신인가수들의 보컬 지도까지 하고 있으니 '가수들의 노래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이 과장이 아니다.

"가이드 보컬 활동이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어떤 노래를 접해도 포인트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절정인지 금세 감이 잡혀요. 곡 해석이 빠르다는 거죠. 발라드.댄스곡 등을 모두 섭렵한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일단 데뷔곡으로 발라드를 선택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창법에 슬픔이 묻어나온다는 주위의 평가 때문이다. "산불감시원으로 일했던 공익근무요원 시절 산에서 발성 연습을 하며, 지금의 목소리를 만들었어요."

그는 가을께 발매할 첫 정규앨범에선 자기 색깔이 더 짙은 타이틀 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준비해 놓은 15곡 중 세 곡은 자신이 곡을 썼고, 네 곡은 작사를 했다.

"닮고 싶은 보컬은 브라이언 맥나잇입니다. 하지만 닮고 싶은 모델은 이승철씨예요. 가수는 오랫동안 음악을 하면, 자기 것에만 빠져들기 쉬운데 그는 항상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 노력하잖아요."

에코 브리지.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다리를 말한다. 1집 앨범 '리빙 더 패스트(Leaving the Past)'를 내놓은 신인가수 이종명(29)의 원맨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에코 브리지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위한 구조물이잖아요. 제 노래도 사람과 음악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씨는 음악경력 10년의 싱어송라이터다. 대학 신입생 때 재즈클럽에서 밴드활동(건반)을 시작했다. 그의 감수성이 재즈에 치우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2004년 '누 플레이'라는 밴드를 결성, 홍대 클럽에서 활동했다.

2006년 신혜성.김현성과 함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그는 독일 월드컵 '붉은 악마' 공식 앨범에 유일한 신인으로 참가, 연주곡 '치우천황악'을 만들기도 했다. 또 브라운 아이드 소울.빅마마.한영애 등의 음반과 이승환 등의 콘서트에 연주 세션으로 참가했다. 드라마(썸데이).뮤지컬(컨트리 보이 스캣).광고(KTF 'SHOW') 음악도 했으니,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룬 셈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다양한 이별의 정서를 담았다.

"이별의 여러 느낌을 재즈.솔.록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이별(그대 뒤에서), 관조적으로 바라본 이별(바보) 등을 제 경험을 토대로 썼어요. 싱어송라이터의 장점은 작업 당시의 감성에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겁니다."

타이틀곡 '나잇 앤 데이(Night and Day)'는 절제된 보컬과 재지(Jazzy)한 연주가 잘 어우러진 곡.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가수 나얼이 이번 앨범의 디자인과 사진을 맡았다.

"나얼은 솔 쪽에, 저는 재즈 쪽에 치우쳐 있지만, 음악적 지향점은 비슷합니다. 나얼이 이끄는 '브라운아이드 소울'의 다음 앨범에 제가 도움을 주기도 했지요."

그는 감수성이 섬세하고 리듬감도 세련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욕심 많은 이 늦깎이 신인가수는 부족한 게 많다고 한다. "1집 앨범은 욕심이 앞서다 보니 '오버'한 부분도 없지 않아요. 2집은 더 단순하고 편안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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