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아온 실크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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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고대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실크로드를 국내화가 8명이 현장 답사한 뒤 그 인상을 각자의 화폭에 담은 르포미술전 「실크로드 미술기행전」이 30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인천 동아미술관(519-3333)에서 열린다.
평론가 윤범모씨를 단장으로 손장섭·김정헌·한만영·임옥상·최동열·황재형·오원 배·오치균 등 30∼50대 서양화가들이 지난 6월28일부터 7월18일까지 21일간 현장을 답사했다.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있는 이들 8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은 모두 56점. 한결같이 실크로드의 자연을 단순히 묘사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풍경화에서부터 삶과 죽음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형상하한 작품까지 그 내용이 무척 다양하다.
동양적 세계관을 표출한 그림이 있는가 하면, 자본 또는 정치권력에 의해 왜곡된 전통문화와 원주민의 삶을 비판적 사실주의 입장에서 정리한 그림도 있다.
똑같은 여행길에서 바라본 풍경이나 인간·상황·사물을 놓고도 작가에 따라 이처럼 판이한 해석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필름이나 풍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풍경화를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맛이다.
이번 전시는 자가가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며 또 인식된 세계를 어떻게 독자적인 화풍 속에 담아내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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