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중립 “걸음마”/정당대표예우에 고민… 대책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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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상업무·숙원사업 아예 취소도/곳곳에서 해프닝
공무원의 정치중립 「초보운전」이 서툴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노태우대통령의 「9·18결단」이후 제14대 대통령선거의 공명정대한 실시를 위한 공무원들의 정치중립화 노력이 한창이지만 새로운 상황을 맞아 곳곳에서 각종 해프닝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선거전에 나선 정당대표의 「예우수준」을 놓고 기관장들이 별도의 대책회의를 갖는가 하면 관권개입·선심행정시비를 지나치게 의식한 자치단체가 연례행사를 취소하는 등 통상적 업무마저 차질을 빚는 사태도 벌어졌다.
행정전문가들은 『지난 수십년간 유지해온 행정관행을 일시에 개선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빚어질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기본행정의 단절이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치를 계기로 행정의 독립성·전문성을 높이는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당관계=내무부의 「불편부당한 협조관계」지침이 내려가자 일선에서는 정당행사 참석,정당후보나 지구당위원장에 대한 대우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경북 모지역 기관장들은 지난 주말 3당 후보들이 정당행사를 내세워 전국을 돌며 사실상 유세전에 들어가자 이들의 방문때 영접 수준을 놓고 고민끝에 행사장에는 참석하지 않고 대표 1명이 도착지에 나가 맞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최근 김천시·금릉군 행사장에서는 좌석배치·축사순서를 놓고 정당인사가 노골적으로 이의을 제기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정당인사 대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업무=정치 중립방침으로 선거때마다 쏟아지던 각종 사업에 대한 현황조사와 대책,선거관련 주민동향 파악 등 지시가 없어져 일선공무원들은 홀가분하다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선심행정 시비를 의식한 나머지 일상업무·주민숙원사업 등 당연히 추진되어야할 시책마저 눈치를 살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특별시책으로 추진중인 「5대 밝은정신 회복운동」·공명선거실시 홍보를 위해 10월20일부터 31일까지 5회에 걸쳐 40여개 시민운동단체 간부 1천여명을 대상으로 「도민과의 대화」를 가지려다 관권선거라는 비난을 우려,2회만 실시한채 중단했다.
전주시는 민의 수렴을 위해 매년 이맘때쯤 개최하던 통·반장회의를 취소했으며 지역 최대민원인 58만여평 규모의 아중지구개발사업 추진도 주춤한 상태다.<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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