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장래 불안” 측근들 극구만류/김우중씨 불출마선언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재계·관가선 “순리대로 돼간다” 환영일색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정치불참여가 결정된 29일 오전 대우그룹은 서울역앞 본사에서 계열사 사장단회의 등이 진행되는 숨가쁜 분위기.
김 회장의 이같은 「결심」은 28일 밤∼29일 새벽사이에 굳어진 것으로 28일 저녁까지만 해도 측근인 윤영석 (주)대우사장은 『김 회장이 대선에 출마키로 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했었다.
그러나 사태가 급전,김 회장이 이날 김욱한홍보담당전무에게 불과 1시간여유를 두고 오전 11시 회견준비를 지시. 이어 힐튼호텔 지하1층 국화룸에 나타낸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은 플래시를 터뜨리며 몰려드는 사진기자들에게 힘없이 손을 내저으며 시종 피곤한 기색.
부인인 정희자 동우개발·힐튼호텔 회장의 집무실 및 안가가 있는 이 호텔 23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회견장에 도착한 김 회장은 수행비서가 현장에서 전해준 불출마발표문을 얼굴도 들지 않고 3분가량 낭독하고 몇가지 기자들 질문에 대답한뒤 7분만에 이석.
○…김 회장이 정치불참쪽으로 마음을 바꾼데는 그를 받아줄 새한국당의 내부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중 하나로 분석되지만 대우그룹내 여론과 사정도 크게 작용.
김준성 (주)대우회장과 정회자회장 등은 결정권은 김 회장 자신에게 있으나 끝까지 「정치참여」를 만류했으며 사장단들도 불참여쪽으로 가급적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대우그룹의 불안정한 장래」를 계속 강조해왔다는 내부의 전언.
또 나머지 임직원들도 10명중 8∼9명은 「그룹총수의 거취」라 내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부정적인 것이었던게 사실.
○…전경련은 김 회장의 정치포기 선언에 대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을 표시한 뒤 『이를 계기로 정치권도 자체의 생산성과 효율을 높여 기업인이 기업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기업가의 합리적인 판단이 마지막에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재계 수뇌부와 원로들 사이에도 그동안 김 회장의 정치외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오갔으며 대우와 김 회장측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전달됐다』고 소개.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정치 불참 표명에 대해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 관가도 『잘 생각한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반응들.
한 고위 공무원은 『솔직히 이야기해 재벌 총수가 정치에 뛰어들면 경제부처가 어려운 입장에 빠지는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면서 김 회장의 정치불참이 「큰 일」을 덜어주었다는 안도의 감을 표시.
○…김 회장의 「용단」을 가장 반기면서 희색을 띤 사람들은 뭐니뭐니해도 최근 거래은행이나 단자사 등 금융기관들로부터 하루종일 시달리던 대우계열사 자금당담 임원들.
서형석그룹기획조정실장(사장급)을 비롯한 주요계열사 자금담당임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그동안 지장이 많았던 자금계획을 하루 빨리 원상회복하는 방한에 대한 의견을 교환.<홍승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