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극성-특효약 없고 안정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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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환절기의 불청객 감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달 들어 전국의 내과·소아과의원, 종합병원의 외래에는 평소보다 50∼1백%이상 급증한 환자들로 초만원을 이루고있다.
요즘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감기의 특징은 섭씨 39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오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몸살증세, 마른기침 등으로 독감을 방불케 할만큼 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열·오한 등의 증세가 사라진 뒤에도 가래 없는 마른기침이 계속돼 길게는 4주 이상 지속되며 나은 후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려병원 내과 박정로 과장은 『이번 감기는 어린이나 노약자는 물론 청장년까지도 며칠씩 몸져 누울 만큼 심한 증세가 오래간다』며 『2차 감염으로 생긴 기관지염·폐렴·급성중이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가을이나 겨울에 감기가 많이 걸리는 이유는 공기가 건조하고 기온의 일교차가심하기 때문. 우리 몸이 외부의 변화에 적절히 대항할 만큼 저항력을 갖지 못해 생기게된다고 연세대의대 김세규 교수(호흡기 내과)는 설명한다. 특히 감기바이러스는 기관지의 예민도를 증가시켜 조그만한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게 하는데 찬 음식이나 음료수, 찬바람 등을 쐬게 되면 기침·콧물 등이 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서 감기나 독감을 치료하는 약은 없다. 우리가 흔치 감기약으로 알고있는 해열제나 항생제 등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보조적인 약에 불과하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면 일단 휴식을 취하고 안정을 하며 신선한 과일과 야채 등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면역력을 키워줘야 한다. 흔히 꿀을 탄 레먼차나 유자차·생강차 등을 마시기도 하는데 일시적인 효과는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비타민 C를 다량 섭취하면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이론도 있으나 아직은 의학계 내에서 논의가 분분한 상태다.
경희대 한의대 이형구 교수(내과과장)는 『민간요법으로 뜨거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풀어 먹은 뒤 땀을 내기도 하는데 이는 감기초기에는 효력이 있으나 증세가 심해진 뒤에는 오히려 진액이 땀으로 빠져 나와 몸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사우나, 특히 건조한 사우나는 기도를 더욱 약화시키고 신체를 지치게 하므로 가능한 피하는게 좋다고 박 과장은 충고한다.
감기예방을 위해선 외출에서 돌아온 뒤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손발을 씻는 평범한 수칙이 매우 중요하다. 감기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될 뿐 아니라 기침·가래 등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의 손·수건 등에 묻었다 입·코 등으로 들어가는 접촉감염도 많기 때문이다. 또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기관지염·폐렴·결핵·급성중이염·뇌막염 등의 합병증에 특히 유의해야한다. 가습기나 젖은 빨래 등으로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주며 탈수방지를 위해 수분섭취를 넉넉히 해 주는게 좋다. 섭씨 39도 이상의 고열이 날땐 물과 알콜을 반반씩 섞은 것으로 온몸을 씻어 체온을 낮춰줘야 한다.
노인의 경우는 합병증이 와도 겉으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랫동안 시름시름 앓으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게 좋다. <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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