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성<서울대의대교수·내과>)(198)-식도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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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씨는 두어달 전부터 음식을 먹을 때 가슴이 약간 메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서 그러려니 했던 것이 점차 밥이 잘 안 넘어가고 요즘은 죽도 삼키기 힘들게 되어 인근 병원을 찾아갔더니 식도 X선 사진을 찍어보고는 서둘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그는 식도암으로 진단됐다.
우리 몸에 생기는 병중 식도암처럼 고약한 병이 없다. 발견이 되었을 땐 이미 암이 상당히 파져 있어 손을 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식도는 위나 대장과 달리 장간막에 싸여 있지 않아 주위로 쉽게 퍼지게 되며 주위 장기가 심장·대동맥 등이 어서 일단 이곳에 암이 퍼져 들어가면 떼어 내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도암의 발생 빈도는 민족·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란의 카스피해에서 중국북부 후난성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서의 식도암 발생빈도가 세계의 다른 곳보다 20∼30배 높아 아시아 식도암 대라 불린다. 이 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뜨거운 차, 씹는 담배, 아편, 실리카성분이 많아 꺼끌꺼끌한 기장 등이 오랫동안 식도를 자극해 식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반투족도 식도암이 많은데 이들이 많이 먹는 옥수수로 만든 토속맥주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대개 환자는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있은지 한두달 내에 병원을 찾게된다. 식도암은 식도 안을 뺑 돌아가며 자라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된밥이 안 넘어가다 차차 죽·미음·물까지도 삼키기 어렵게 된다.
환자는 한두달 내에 심한 체중감소·빈혈 등이 초래되어 환자나 가족들은 그 빠른 병세에 놀라게 된다. 음식을 삼키기 힘들게 될 정도로 암이 자라나기 전에는 증상이 없거나 아주 경미해 무심코 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한번쯤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음식은 내려가나 어쩐지 기분이 언짢다. ▲빨리 심키려면 사레가 자주 들거나 음식이 걸리는 것 같다.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기분이다. ▲목구멍 주변에 경련이 온다.
식도암은 내시경 검사나방사선 검사로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특치 내시경검사는 암이 아주 초기에 있을때도그 색깔이나 모양을 보고 찾아 낼 수 있으므로 검사 받기는 좀 힘드나 우선적으로 추천되고 있다.
치유가 가능한 초기상태의 식도암을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증상이 있어 발견된 식도암은 완치의 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식도확장술, 인공식도 삽입,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광선조사 등으로 음식을 어느 정도 먹게 할 수는 있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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