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과수원 망친 여치 떼 "막걸리로 일망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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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는 여름밤에 "찌르륵 찌르륵"소리를 내는 '낭만의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야산이나 나무 주위에 주로 서식하는 '갈색여치'는 날개(1cm 정도)가 일반 여치보다 작아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포도.복숭아.감나무의 어린 열매와 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요즘 충북 영동군에서는 지난해부터 2년째 갈색여치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5월 하순부터 나타난 갈색여치 떼는 영동군 영동읍.황간면 일대 30여 농가 20ha의 과수원을 망가뜨렸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인근 지역인 청원.보은 지역에도 나타났습니다. 여치 떼로 골머리를 앓던 황간면 김동일(52) 면장과 직원들은 막걸리를 담은 페트병 덫을 개발, 하루 수백 마리의 여치를 잡고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페트병 상단 부위를 자른 뒤 자른 부위를 페트병 몸통에 거꾸로 끼워 고정합니다.

페트병 안에는 막걸리 100cc 정도와 설탕 세 숟갈 정도를 섞어 땅바닥에 놓거나 나무 위에 걸어 둡니다. 갈색여치는 좁은 입구를 통해 페트병 안으로 들어가 막걸리에 빠지면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김 면장은 "지난해 여름 여치 떼 습격을 받은 한 포도밭에서 벌과 모기를 잡기 위해 막걸리를 담아 매달아 놓은 페트병에 여치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며 "병당 하루 20마리가 넘는 여치가 잡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간면은 최근 150개가 넘는 페트병 덫을 만들어 5000여 평의 과수원과 주변 숲에 놓아두었습니다.

대전대 남상호(생물학과) 교수는 "갈색여치는 과일이 썩거나 발효될 때 발생하는 냄새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가 나는 막걸리를 좋아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동=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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