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3'대박 뒤엔 IT연합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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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발전한 컴퓨터 기술이 스크린에 마술을 가져왔다."

지난달 말 '슈렉3' 개봉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글렌데일의 드림웍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CTO(기술총괄임원) 에드 레너드의 말이다. 슈렉3는 미국 개봉 첫 주말 1억22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6일 개봉 이후 67만8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드림웍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제작진들은 미 HP와 AMD가 지원한 첨단 정보기술(IT)이 없었다면 작품 제작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회사 R&D 그룹을 이끄는 앤드루 스피어스는 "첨단 영상의 진수를 만끽하려면 긴 머리를 가진 등장 인물과, 장면마다 배경과 인물에 떨어지는 조명을 주목해 보라"고 말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린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초당 24 장면씩 보여주는 '셀 방식 애니메이션'으로는 표현할 수 없던 부분이다.

미 드림웍스 스튜디오 내에 설치된 렌더팜. ‘슈렉 3’의 첨단 디지털 영상은 이 곳에 설치된 컴퓨터 기술에서 나왔다.

디지털 방식의 3차원 애니메이션은 이런 움직임을 컴퓨터로 계산해 표현한다. 2001년 슈렉은 물론, 2004년 슈렉2를 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 컴퓨터 덕분에 캐릭터들은 실사(實寫)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AMD의 '옵테론' 듀얼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HP의 워크스테이션은 '렌더링'에도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렌더링은 차가운 느낌이 나는 피부 질감을 실제 사람 피부처럼 반투명하고 연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제작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슈렉3 제작을 위해 2000만 시간 분량의 렌더링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기술뿐 아니라 원거리 가상 회의를 가능케 해 주는 HP의 '할로 콜래버레이션 스튜디오'도 큰 역할을 했다. 공동 감독인 크리스 밀러와 러먼 후이는 이곳에서 고해상 스크린을 통해 레드우드 시티에 있는 HP 기술진과 얼굴을 마주보며 캐릭터와 의상을 검토했다. AMD의 헨리 리처드 부사장은 "첨단 디지털 영상 제작에 참여한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예술가들이 기술적 한계로 상상력을 제약받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데일(캘리포니아)=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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