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74분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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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은 글자로 옮기면 2만3000자 분량이다. 그는 74분간 연설했다. 다음은 쟁점별 주요 발언.

◆이명박 때리기="오늘 기분이 무척 좋은데 단지 걱정이 되는 게 하나 있다. 학위 수여장에 명박(명예박사의 준말)이라고 써 놓았던데 제가 노명박이 되는가 싶어서…. 하여튼 뭐 이명박씨가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다. 그래서 전 그렇게 조금 자화자찬 같지만 노명박만큼만 해라 이렇게 넘어 가겠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는 정부여야 한다. 책임을 다하는 정부라면 절대로 세금을 깎으면 안 된다. 감세론 얘기하는 사람들은 감세한다면서 보육 예산 더 주고 복지한다고 하는데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만든답니까. 흥부 박씨가 어디서 날아온답디까. 이명박씨가 내놓은 감세론의 6조8000억원이면 우리가 교육 혁신할 수 있고 복지 수준 한참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감언이설에 절대로 속지 말라."

◆박근혜 때리기="독재자의 딸과 (연정을) 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합당하는 것과 연정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합당과 연정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니 제가 얼마나 힘이 들겠나."

◆언론 때리기="언론은 가장 강력한 권력수단을 보유한 집단이다. 독재시대에는 독재와 결탁하고, 시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시장 또는 시장 지배자와 결탁하고, 권력에 참여해 버스럭지를 얻어먹던 잘못된 언론이 많다. 독재가 무너지고 나니까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누구는 대통령 된다, 누구는 안 된다까지 결정하려고 했었다. 정치하는 사람이 언론의 밥인데, 대통령도 밥이다. 다음 정권 넘어가면 기자실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제가 확실하게 대못질을 해 버리고 넘겨주려고 한다."

◆탈당파 때리기="열린우리당이 분해되고 있다. 노무현 때문에 망했으니 나가겠다 이거죠. 물으면 대답이 없다. '당신 인기 낮지 않냐' 이거다. (탈당하는) 당신들 인기는 나보다 더 낮지 않나. 회사가 아직 부도도 나기 전에 여유 자금이 좀 바닥났다고 보따리 싸 가지고 우수수 나가 버렸다.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국회에 왕창 들어와 가지고…. 서울서 영남으로 떨어지러 내려가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당이라도 지켜야지. 왜 보따리 싸들고 오락가락하나."

◆"지역주의 공격="지역주의 극복 못하면 호남은 계속 고립된다. 호남 정치인들 다 보태도 이인제씨가 나오지 못하면 못 이긴다. 1997년에 이기니까 호남.충청 손잡아 이겼다는 공식 가지고 있는데 간단한 전자계산기로 두드려보면 이인제씨가 동쪽에서 500만 표 깨 주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지 못한 것 아니냐. 이인제씨(처럼 영남 표 분산시키는 후보가 지금) 또 있나? 호남의 국민 여러분이 절대로 휘둘려선 안 된다."

박승희 기자

선거법 위반 결정에도 바뀌지 않은 대통령 발언

◆ 한나라당 비판

"한나라당 정권 잡으면 좀 끔찍할 것"(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무능한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가 낫다고 무식한 말을 하는 정당이 있다"(8일 원광대 명예박사 학위 특강)

◆ 이명박.박근혜 공격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민자 투자하겠나"→"이명박씨 감세론에 절대 속지 말라"

"해외 신문에 독재자의 딸이라고 나면 곤란하다"→"독재자의 딸과 (연정을) 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합당과 연정은 다르다"

◆ 법 무시

"그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하게 돼 있으니까 단념한다" →"(선거법 정치중립 조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

◆ 열린우리당 탈당파 비판

"내 지지도가 그때보다 조금 올랐으니 다시 줄서야 되는 거 아닌가"→"노무현 때문에 망했으니 나가겠다는 건데, 당신들 인기는 나보다 더 낮지 않나"

◆ 언론 공격

"다음 정부에서 기자실, 사무실 무단출입, 가판, 자전거일보가 부활될지 몰라 브리핑제 개선한 것"→"다음 정권에서 기자실 되살아날 것 같아 확실히 대못질해 버리고 넘겨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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