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박 … 쪽팔린다 … 대못질하겠다 …" 원맨쇼 2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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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광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식을 마친 뒤 노 대통령이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노명박' 얘기를 할 때만 해도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연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선진국가에서는 5년 단임제 하는 나라가 없다. 쪽팔린다는 뜻이다"라는 비속어들도 속출했다.

발언 수위를 점차 높여가던 노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 중앙선관위가 자신에 대해 내린 '위법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를 겨냥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을 또다시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맨 앞줄에 앉아 강연을 듣던 부인 권양숙 여사의 표정도 굳어졌다.

원광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는 날, 노 대통령의 특강은 일주일 전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의 축소판이었다. 원맨쇼 2탄인 셈이다.

마치 자기 운명이 어떻게 될 줄 알면서 적의 군함을 향해 뛰어드는 가미카제처럼 노 대통령은 스스로 위법을 향해 뛰어드는 듯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2004년 때처럼 탄핵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두 차례 경고를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 경고를 받은 이튿날 이를 무시한 것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경악과 탄식을 넘어 "도대체 노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허탈해 하는 사람도 많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뜻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선거 방정식으로 제시한 만큼 대선 과정에 어떻게든 개입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스스로를 "참여정부 이후의 정부가 여전히 민주 정부가 되도록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자리 매김했다.

반한나라당 진영을 결집하기 위해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미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며 "찬반 논쟁을 유발하고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선 접근법에선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과 이에 따른 선관위의 위법 결정이 큰 걸림돌이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려면 이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청와대가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소송으로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그놈의 헌법' 문제를 계속 건드리는 것 자체가 논란의 전선을 확대하는 효과를 본다.

노 대통령은 이미 '세계에서 유례없이 위선적인 선거법'을 헌재에 올려 위헌 심사를 받게 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김해에 대통령 기념관 두겠다"=원광대 특강을 마친 노 대통령은 새만금 간척지를 헬기로 둘러보고 전주의 한 호텔에서 지역 인사들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 기념관을 김해에 두려고 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기념관이라도 서울보다 지방 대학에 두는 게 제가 추구해온 균형 발전이라는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김해 인제대학은 노 대통령 기념관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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