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다음날 열린 군사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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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회담이 8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대표 문성묵 대령(右)과 북측 대표 박림수 대좌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부가 8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하루 전 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위에 아무런 요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이 남북 간 군사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회담은 북한이 새로운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성과 없이 끝났다.

남측에서는 문성묵(육군 대령)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을 수석대표로 정진섭(해군 대령) 합참 해상작전과장과 심용창 통일부 정치군사회담 팀장이 참석했다. 단순한 군 당국끼리의 회담을 넘어 통일부 등이 가세한 정부 차원의 대북 접촉 성격을 띠었다.

북측에서는 박림수 인민군 대좌를 단장으로 이성권 상좌와 전창재 상좌 등 3명이 회의장에 나타났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 회담은 7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 열려 이 문제를 둘러싼 양측 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25일에도 북한 군부가 동해에 단거리 미사일 한 발을 쏘는 등 잇따른 불안 요인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회담 직후 "북한이 동.서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연례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란 게 한국과 미국의 판단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측은 "(미사일을 쏘기 위해) 해상의 어로 금지구역을 설정할 때 국제적으로 사전에 통보토록 한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 달라"는 수준에 그쳤다.

북한은 회담에서 "서해상 충돌의 근원적인 제거 등 원칙 문제를 우선 협의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서해 해상경계선으로 남북한이 준수해 온 북방한계선(NLL) 대신 새로운 경계선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서해 5도 이북에 있는 NLL을 남쪽으로 훨씬 내려 새로 긋자고 90년대 말부터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북측의 NLL 폐지 요구에 남측의 문성묵 대령은 "(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 부분 합의사항 등과 함께 패키지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양측은 지난달 5차 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구체화하지 못한 채 회담을 마쳤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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