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슈타츠오퍼 2010년 사령탑 전면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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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47)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로 손꼽히는 빈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에 선임됐다. 임기는 2010년부터. 2002년부터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ㆍ72)의 후임이다. 오자와는 건강 악화로 지난해 시즌 지휘대에 거의 서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

벨저 뫼스트는 2004년에도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 제의를 받았으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직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는 2002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도 1995년부터 음악감독으로 활동해오던 취리히 오페라에서 수석 지휘자로 타이틀을 바꿔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5년 계약을 맺었지만 부임 9개월만에 2012년까지 음악감독직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취리히 오페라에서는 2005년부터 음악총감독을 맡아 2011년까지 계약을 해놓은 상태다. 빈 슈타츠오퍼 취임 이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나 취리히 오페라와의 재계약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빈 슈타츠오퍼는 지금까지 클라우디오 아바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칼 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구스타프 말러 등이 음악감독으로 거쳐갔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손꼽히는 빈 필하모닉 단원들이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단원을 겸하고 있다. 따라서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나 빈필의 해외 순회공연에서 벨저 뫼스트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빈필은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를 겸하기 때문에 음악감독 벨저 뫼스트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게 분명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이 빈 슈타츠오퍼의 사령탑을 맡기는 196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사임한 후 36년만의 일이다. 이번에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의 물망에 오른 지휘자는 크리스티안 틸레만(베를린 도이체 오퍼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베를린 슈타츠오퍼 음악총감독), 시몬 영(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음악총감독) 등이다.

벨저 뫼스트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나 18세때 교통사고로 손가락에 부상을 입고 지휘로 전공을 바꿨다. 26세때는 푸르트벵글러를 숭배하는 괴짜 사업가 안드레아스 폰 베닉센의 눈에 띄어 그의 양자로 입적됐다. 그는 벨저 뫼스트르를 ‘21세기의 푸르트벵글러’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1979년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고 85년에는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데뷔했다. 1990∼96년에는 런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았다. 런던필에 있을 때는 런던 더 타임스의 음악평론가로부터 ‘Frankly Worse Than Most’(솔직히 대부분의 지휘자보다 더 못한)이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면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벨저 뫼스트는 자신에게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양아버지의 젊은 아내 안젤리카와 사랑에 빠졌다. 32세때 안젤리카와 결혼식까지 올리고 취리히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걸리는 리히텐슈타인의 알프스 산자락에서 함께 살고 있다. 벨저 뫼스트의 취미는 등산과 마라톤. 1995년 런던 필하모닉 내한공연 때 소프라노 조수미와 협연하면서 국내팬들을 처음 만났다. 벨저 뫼스트는 올 가을 시즌부터 2년간 빈 슈타츠오퍼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지휘한다.

빈 슈타츠오퍼는 음악감독과 총감독이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2010년 빈 슈타츠오퍼에는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 뫼스트와 함께 총감독이 새로 부임한다. 파리 샹젤리제 극장장으로 있는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메이어(52)다.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상공부 소속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당시 문화부 장관으로 있던 자크 랑의 비서관으로 일했다. 1986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 입사해 3년만에 극장장으로 승진했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개관도 그의 ‘작품’이다. 그후 스위스 로잔 오페라 극장장을 역임했다.

도미니크 메이어의 총감독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음악계에서는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수상 알프레드 구젠바우어와 둘도 없는 친구인 미국 출신의 테너 닐 시코프가 극장장으로 온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열렬한 오페라 애호가이기도 한 구젠바우어 수상은 빈 슈타츠오퍼의 운영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메이어는 프랑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했다.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TV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빈의 문화적 상류층들과 별로 교분이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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