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인재 유치 위해' 별짓 다하는 미국 대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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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학혁신,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데이비드 커프 지음, 전제아 옮김, 지식의 날개, 448쪽, 2만원

학생이 대학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대학이 학생 모으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젠 대학도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처지가 됐다. 이 책의 부제는 '미국 일류대학의 숨겨진 경영전략'이다. 미국 버클리대 공공정책학 교수인 저자가 시카고대.컬럼비아대.미시간대.MIT 등의 사례를 자세히 보여준다. 이들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펼치는 경쟁은 때로 무리수를 둘 정도로 치열하다. 그 이유는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가 말한 대로 고등교육 시장이 "성공이 성공을 부르고 실패가 실패를 부르는 승자 독점주의 시장(winner-take-all market)"이어서다.

사례를 보자. 전통적인 명문 시카고대는 1990년대 중반 위기에 처했다. 지원자 수가 줄어 원서를 낸 학생 중 60%가 입학허가서를 받았고, 그 합격자들 중 실제 등록한 학생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또 연간 적자가 1000만 달러에 이르러 기본 자산을 축내고 있었다. 개혁은 '우수 고객 선점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다른 대학이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칠 때, 시카고대는 고2 학생 중 PSAT(대학입학 예비시험) 고득점자를 중심으로 집중 홍보를 했다. 그 결과 대학 지원자 수가 22% 늘었고, SAT에서 1400점 이상을 받은 지원자가 30% 이상 늘어났다. 뉴욕대는 스타 교수 영입 전략을 펼쳤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학계 최고의 교수들을 고액 연봉, 가벼운 수업부담, 그리니치 빌리지의 아파트 등으로 유혹했다. 이렇게 모인 뛰어난 교수진은 대학 랭킹을 훌쩍 높여 놨다. 때론 '부정행위'도 있었다. 코넬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은 기부를 할 것 같지 않은 동창생들을 사망자로 분류해 제거해버렸다. '유에스 뉴스 앤 드 월드 리포트'의 대학 랭킹에 동창생들의 기부금 납부 비율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프린스턴대의 입학처 직원이 예일대의 웹 사이트를 해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대학에 동시합격한 신입생의 신상명세서를 얻어 자기 학교로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점차 대학이 국가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세상이 돼 간다. 이미 국내 최상위권 고교생들이 특목고의 '유학반'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의 갖은 사례는 국내 대학에게 모범답안이나 타산지석 역할을 톡톡히 할 듯 싶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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