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유쾌 상쾌 통쾌 학교 폭력 저리 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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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폭력은 싫어
엘리자베스 죌러 글,
신민재 그림, 배수아 옮김,
주니어김영사, 152쪽,
8500원, 초등 24학년

'너무 겁에 질리면 말도 잘 안 나온다. 두려움은 사람을 벙어리로 만들고, 외톨이 바보로 만든다.'

매일 학교에서 '공포의 사인조' 악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틸다의 독백이다. "당하는 자는 말이 없는 거야, 그렇지?"라며 위협하는 악당들에게 세뇌당해서인지, 부모님께 털어놓을 용기도 안 났다.

독일의 작가가 쓴 이 책은 틸다처럼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다소 노골적인 제목에다 교과서적인 해법이 얼핏 진부하다는 인상도 주지만, 읽어보면 전혀 아니다. 도리어 이 책의 매력은 톡톡 튀는 재미다. 왕따와 폭력을 다룬 동화답지 않게 밝고 통쾌해서 아이에게 권하기 부담스럽지 않다.

틸다는 단짝 친구에게 고민을 말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당하는 사람이라고 입이 없는 건 아니니까'가 틸다의 깨달음이다.

전학생 펠릭스는 더 적극적으로 폭력 피해 상황에서 벗어났다. 펠릭스는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같은 반 친구 니콜라가 걸핏하면 펠릭스의 물건을 훔치고 숙제를 훔쳐가 자기 것처럼 발표해 버린다. 용기를 내 선생님께 말했지만 선생님은 모범생인 니콜라가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다. 펠릭스는 스스로 탐정이 돼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탐정수첩에 '증명'이란 단어를 크게 썼다. 그래. 니콜라의 잘못을 직접 증명하는 거야. 펠릭스는 강력 접착제를 이용해 니콜라가 펠릭스의 숙제를 훔칠 때 니콜라를 의자에 붙여버린다.

한때 폭력 가해자 덴-올리를 추종했던 '나'. 덴-올리를 따라하려고 거울 앞에 서서 연습까지 해 볼 정도였다.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건들거리는 말투로 "얌마, 뭔 일 없냐?"라고 해보면 스스로가 근사해보였다. 덴-올리가 쿨하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온 같은 반 친구 에릭에게 "넌 우리나라에 빌붙어 사는 주제에 뭘 더 바라고 그래"라며 다그치는 덴-올리. '나'는 이제 더이상 덴-올리의 말이 재미있지 않다.

다양한 에피소드 속 인물들이 우리 아이들이 겪을 법한 고민을 대신하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간다.

덤으로 부모들에게 전하는 교훈도 있다. "엄마들이 할 줄 아는 일은 대개 그 자리에서 감정적으로 마구 퍼부어 대거나, 아이를 끌어안고 '어쩌면 좋니, 우리 펠릭스!'하고 중얼거리는 것 뿐이었다. 엄마의 동정보다 좀 더 이성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당하기만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란 그 상대가 부모님일지라도 몹시 부끄러웠다. 얼마나 바보 같고 멍청했으면 그렇게 당하느냐고 도리어 야단맞으면 어떡하지?"등 등장인물들의 독백 속에 그 실마리가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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