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해외 어학 연수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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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부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해외유학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최근 휴학도 불사하며 해외어학연수를 나가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있다. 특히 어학전공자보다는 인문·이공계 등 일반학과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해외연수 목적으로 어학능력 향상·견문 넓히기를 꼽으나 실제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시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키 위한 것이 대부분. 해외어학 연수생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집계는 나오고있지 않으나, 서울에 있는 대학들의 경우 보통한과에서 10∼15%에 달하고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이 이같은 연수를 나가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고 일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수입을 은행에 예치하는 등 어학연수 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지금까지 나타난 어학연수형태는 2, 3학년이 주축을 이루고있으며 6개월∼1년 코스가 대부분. 연수국가도 종전의 미·영·캐나다 등 영어권위주에서 호주·동남아·일본·대만·러인아 등으로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서울 H유학원 상담직원 송한영씨(29)는 『남학생의 경우 군제대 후 복학 때까지 공백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들어서는 월평균 약20명의 대학생이 이 유학원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어학연수는 종전의 사치성 조기유학에 비해 긍정적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91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호주로 연수를 다녀온 한유호군(동국대 산업공학3)은 『외국인과 생활하면서 실제 응용되는 언어를 습득, 영어를 읽는 속도나 이해력이 높아져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 학기 캐나다에 어학 연수한 성주형군(고려대 불문과3)은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으나 듣기·말하기 실력이 월등히 좋아졌음을 느낀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부작용을 들어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우선 이들의 연수는 대부분이 사설 유학센터 등 전문대행업체의 알선이나 해외 친지·친구의 초청 또는 소개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중 장삿속만을 내세우는 일부영세업체의 경우 소개비만 챙긴 후 시설이 낙후되고 수업내용도 부실한 교육기관을 소개해 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엄청난 비용도 문제. 연수 국가·학교, 본인의 씀씀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6개월간 호주연수를 할 경우 학비 2백40만원, 생활비 2백50만원, 왕복 항공료 1백만원 등 최소6백만원정도가 필요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 해도 부모의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처럼 학습효과에 비해 지나친 금액을 단지 어학연수만을 위해 지불하는 것은 우리여건상 아직은 사기상조이며 전반적인 사회과소비풍조에서 생겨난 또 다른 과소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휴학까지 해가면서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또 동급생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일부이긴 하나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거나 향락·소비문화에 무분별하게 빠져들어 아까운 시간·돈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학연수를 경험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외국에 나갈 때는 여행이 아니라 대학생활의 연장이라는 뚜렷한 목적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체연수는 지도교수를 동반하는 것이 좋고, 개인연수는 책임있는 기관의 생활지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고일 교수는 『상대국가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문화의식을 가진 지성인의 자세로 연수에 임한다면 어학연수가 훨씬 성공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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