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깜짝산타' 오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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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형을 갖고 싶어요.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가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캄캄한 밤에 저와 동생을 지켜줄 큰 인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주.초등5년)

"안녕. 현주도 나처럼 겁이 많은가 보구나. 산타 할머니는 아직도 밤에 인형을 끌어안고 잔단다. 밤에는 곰돌이 인형이 널 지켜줄 테니 안심해. 산타 할머니가."

"저는 외삼촌이랑 살아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축구공과 축구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영.초등4년)

"산타 형도 축구를 좋아한단다. 축구하면서 좋은 친구 많이 사귀고 건강하고 씩씩한 기영이가 되길 바란다. 산타형이 기도할게."

크리스마스인 25일 아침 현주 머리맡에는 제 키만큼 큰 곰인형이, 기영이에게는 축구화가 편지와 함께 놓여 있다. 밤새 산타클로스가 다녀간 것이다. 이들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2천96명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몰래 산타'에게서 받았다.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상증)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전국의 저소득 지역 공부방 1백6곳의 어린이들로부터 좋아하는 선물을 신청받아 이들에게 편지와 함께 선물을 후원할 '나눔 산타'를 모집하는 '몰래 몰래 크리스마스'캠페인을 펼쳤다.

'할머니를 위해 밥솥을 받고 싶다' '신발이 하나밖에 없어 빨면 마르기도 전에 신는 탓에 발냄새가 고약해 운동화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등 애틋한 사연이 접수됐다.

재단 측이 홈페이지에 아이들의 사연을 공개하자 회사원.주부.대학생 등 1백여명이 선물을 줄 어린이 글에 답글을 달고 5천원부터 20만원까지 후원금을 내놓아 '몰래 산타'를 자처했다.

최근 군에 입대한 김용익(21.경기도 용인시 구성읍)씨는 지난 11월 프로농구단이 개최한 팬 행사에서 농구 코트 하프라인에서 슛을 성공시켜 받은 상금 1천만원 중 세금을 빼고 절반인 3백90만원을 전달했다.

기업들도 적극 나섰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캠페인에 동참, 임직원 2백50명이 선물비로 5천5백여만원을 기부했다. 팬택&큐리텔(대표 송문섭)은 4천여만원을 후원했고, 파리크라상(대표 성완석)은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 수 있도록 케이크 4백90개를 내놓았다.

선물은 재단으로부터 후원금과 편지를 전달받은 공부방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이 구입, 포장한 뒤 24일 밤과 25일 아침 사이 아이들 집으로 몰래 전달됐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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