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싫은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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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여섯살짜리 딸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지 두달도 못돼 음악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전문 피아니스트로 기를 생각은 아니지만 정서 교육적 측면에서 꼭 필요할 것 같아 너무 늦기 전에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은데 딸은 무작정 피아노가 싫다니 걱정입니다. 더구나 이웃집 아이는 네 살때부터 바이얼린을 가르쳤는데도 아무 말썽 없이 학원에 잘 다니는걸 보면 우리 딸에게 정서적·심리적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은근히 우려됩니다. 좀 싫더라도 꾹 참고 열심히 하노라면 어느덧 피아노를 좋아하게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막무가내로 싫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조성미·서울 역촌동>
답=그렇게도 싫다는 피아노를 무조건 배우라고 강요하면 정서교육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정서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불행감, 열등감, 학대받는다는 느낌 등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정서교육이라면 음악 미술학원에 보내는 것을 정답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그런 방면에 취미·관심이 없다든지, 그 학원의 분위기·교습방법 등이 어린이에게 맞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입니다.
아무런 관심·흥미가 없으면서도 부모가 다니라니까 건성으로 학원만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자신의 싫다는 의사를 정확히 밝히고 스스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정서생활을 돕는 방법으로 굳이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다면 어린이의 개인적 특징과 발달정도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게 지도 할 수 있는 교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좋은 음악을 자주 들려주고 언제라도 마음이 내키면 그림을 그릴수 있게 해준다든지, 기회가 닿는대로 전시회장·도서관·각종 공연장에 데려가 다양한 문화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한결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도움말=이원령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육아문제에 대한 서신 또는 전화문의를 받습니다. 주소는 서울 중구 순화동7번지(100-759)중앙일보사 생활부(751)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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