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계시장 휩쓰는 첨단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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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은 90년대 세계 모든 기업 앞에 놓여진 도전이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은 물건의 질과 똑같이 중요한 것이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90년대에 들어와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생활용품·옷 등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갖게되면서 디자인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학교(1919년 창립), 울름 디자인 학교(1953∼1968)등 독일 현대디자인의 산실이라고 할 이들 두 학교 등에서 배출된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형태와 기능의 이상적인 조화다. 그리고 인간들의 향상되는 문화의식, 디자인의 사회적인 기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독일 디자인연합회는 『디자인과 생태학의 조화』를 90년대 독일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그 특징이야 어떻든 80년대 후반, 특히 90년대에 들어와 독일의 첨단공학과 독일적인 디자인 마인드가 합쳐진 각종 생활용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에서는 사양산업인 직물업에서 독일이 이탈리아에 이어 제2수출국으로 부상케된 요인이 되었다.
실제로 독일의 첨단 컴퓨터와 섬유공학의 괄목할 발전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고급상품생산 현장을 뮌헨의 기성복회사인 에스카다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76년 창업해 오늘날에는 산하 62개 관련회사를 거느리며 연간 총 매상 10억30만 마르크(한화 약7천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에스카다 니트공장 직조실은 컴퓨터조작에 의한 무인 공장이었다.
디자인의 아이디어, 일러스트레이션 제작, 소재 선택 등은 디자이너의 일이지만 패턴 만들기, 무늬구성과 배치, 직조 등은 모두 컴퓨터가 하고 있었다.
독일인들에게 멋과 화려함을 약속하는 상표로 인정되어 있다는 요프의 디자이너 볼프강
요프(48)는 78년 모피 컬렉션을 통해 국제무대에 진출했는데 연간 매출액 28억 마르크(한화 약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인체공학에 입각한 기능적인 옷이 그의 장기다.
람스 헤어스프레이, 람스 코피 메이커 등 일련의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가전제품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59)는 독일 브라운 회사의 주임 디자이너. 그 디자인은 고급가전제품의대명사로 되어있다. 하트무트에스링거(47)는 그의 디자인회사 프로그가 소니, 루이 비통, 매킨토시 컴퓨터 등으로부터 연간 거둬들이는 디자인 사용료만도 1천만달러(한화 약80억원)에 이르는 전세계적 베스트 셀링 디자이너. 루이기 코라니(63)는 변기·자동차·칫솔·레인코트 등 무엇이고 디자인하는 만능 디자이너로 독일 산업계를 튼튼치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들 독일기업은「생태학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란 또 하나의 명제 앞에 서있다. 【뮌헨=박금옥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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