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모든 음악정보 꿰고 있어야죠〃|음악매장 매니저 영풍문고 황주현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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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 종로 영풍문고 내 음반전문판매점 뮤직월드의 음반부 황주현 과장(37)은 음반판매에 자존심을 내건 고집쟁이다. 음반장사도「사명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믿고 사는 그는 어쩌면 자신의 표현대로「세상을 쉽게 살지 못하는」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찾는 음반이 흔치않아 시내를 헤맸다는 손님이 결국 그의 매장에서『여기에 있는 줄도 모르고…』라며 찾던 음반을 손에 쥐고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그의 남다른 보람이다.
「국내 최대규모 음반매장의 총책임자」라는 명함 뒤에 숨은 타이틀의 무게를 이겨내고 황씨는 지난7월 매장이 열린 뒤 3개월 동안 매출을 일단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황씨는 지금의 순조로운 진행을『서울 중심가의 대형매장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한 몫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그의 자리는 매장의 지리적 이점이나 사업수완의 결과로만 이해하기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손을 댈 수 없는 음반유통·판매업계의 생리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수완이라는 표현을 쓰기 어려운 그의 소박한 됨됨이도 무시 못할 성공비결.
가요·팝·클래식 등 음반의 구매와 재고관리 등 그가 하는 일은 여느 레코드가게의 일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지만 웬만한 음악애호가라면 매장 구석구석에 닿아있는 한 완벽주의자의 손길을 알아낼 수 있다. 황씨의 영업정신이 특히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클래식과 국악음반 코너. 그는 적어도 클래식·국악음반이 가요나 팝 음반에 비해 매출과 상품회전율이 낮다는 이유로 음반매장에서 구색 맞추기에나 동원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찾는 음반이 없어 그냥 돌아가야 하는 음악애호가의 안타까움을 음악을 사랑하는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안다』며 그는『가능한 한 거의 모든 음반을 갖춰놓으려 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황씨가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고객들과의 만남이다. 그래서 음반에 대한 문의와 답변으로 시작되는 그의 고객과의 대화는 어느새 좋은 곡을 추천해주거나 무절제한 구입태도에 대해 충고를 아끼지 않는 친구의 대화로 발전하기 일쑤다. 그에게 유난히 단골고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시청부근의 4평 남짓한 자그마한 레코드 가게(오리지날 사운드)를 경영했다. 비좁고 허름한 자신의 가게를 그래도 국내유일의 클래식음반 전문판매점으로 지켜왔던 그는 음악애호가들 사이엔 어느새 유명인이 다됐고 대형음반매장 오픈계획을 세워놓고 적임자를 물색하던 회사측에 전격 스카우트됐다.『다만 중고등학교때부터「끼」가 발동해 음악에 미쳤고「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렸을뿐, 따로 로열로드가 있겠느냐』는 황씨는 이해심 많은 아내(피아노학원 경영)와 귀여운 남매를 은근히 자랑할 줄 아는 가장이기도 하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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