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비디오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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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계 입양아 순이와의 스캔들로 한국에서는 영화광들만 알고 있던 천재적인 영화작가 우디 앨런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그의 작품들이 새로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우디 앨런 작품들 중 비디오로 나온 것은『한나와 그 자매들』뿐이었다. 제작사들은 최근 그의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자 만든지 23년이 된 데뷔작에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뒤늦게 속속 내놓고 있다.
전설적인 코미디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만든 69년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이 최근 비디오로 선보였고 88년 작 『범죄와 비행(Crimes and Misdemeanors)』도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우디 앨런의 작품 중 『돈을…』는 다큐멘터리 적인 수법을 절묘히 코미디로 전환시킨 화제작이다.
파경에 이른 미아 패로와 함께 나오는 『범죄와 비행』은 외도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 겪는 심리적인 불안과 죄의식을 다각도로 묘사하고 있어 최근 우디 앨런의 현실의 삶을 읽을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역시 미아 패로를 기용한 『중년의 위기』(Alice)는 거꾸로 남편·자식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중년부인의 갈등을 다뤄 미아 패로에 대한 그의 감정도 엿보게 한다.
또 우디 앨런이 거장 마틴 스코르세스·프랜시스 코폴라와 함께 단편 옴니버스 영화로 만든『뉴욕 스토리(New York Stories)』(89년 작)도 최근 비디오로 나와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극단적으로 우스꽝스럽게 심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우디 앨런의 최고 걸작 『애니 홀(Annie Hall)』이 11일 밤10시 KBS-1TV 명화극장으로 방송된다.
『애니 홀』은 우디 앨런이 첫 아내인 다이앤 키턴과 함께 77년 찍은 이 영화는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빼어난 작품으로 아카데미작품상·감독상·각본상·여우주연상을 휩쓸어 우디 앨런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영화다.
자신의 자전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린 이 작품은 우디 앨런의 통렬한 풍자의 대사, 다이앤 키턴의 섬세한 여성 심리 묘사가 치밀하면서도 재미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로 우디 앨런의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지나간 작품 포함)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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