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 결핵위기 다시 온다|아·태 흉부질환 학회 스티블로 박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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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0년대 지구상에서 결핵은 사라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아니오」라는 대답과 함께 전세계 결핵관리는 오히려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있다. 지난 4∼7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태평양 흉부질환 학회에서 특별연사로 강연한 네덜란드의 스티블로박사(세계보건기구 및 항 결핵연맹 결핵역학조사 연구반장)는『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바이러스감염이 결핵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두 질환이 모두 만연한 개발도상국에서는 80년대 중반이후 결핵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블로 박사는『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는 면역기능이 점차적으로 저하돼 휴지기에 있던 결핵균이 증식하고 감염됐던 균이 발병하거나 중복 감염되는 과정을 통해 결핵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의 경우 결핵유병률은 35세 이하 인구에서 1%이하며 50세 이상에서는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 그러나 결핵이 가장 창궐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전 인구의 절반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돼있고 또 출생아의 25%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따라서 전세계가 하나인 현대사회에서는 결핵관리가 잘되고 있는 선진국이라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WHO를 중심으로 한 범세계적인 결핵관리가 시급하다고 스티블로 박사는 지적했다.
또 성인병의 하나인 당뇨병도 합병증인 결핵 치료를 어렵게 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25년간 결핵관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돼 왔으나 일본·중국·대만·태국 등에 비해 유병률이나 사망률이 높아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대 한용철 교수(내과·대한결핵협회장)는 90년 현재 국내에는72만8천명의 방사선학적 양성환자와 9만5천명의 세균학적 양성환자가 있다고 밝히고『한국은 결핵 관리면에서는 일본에 비해 25년 가량 뒤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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