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부통령 전 비서실장에 징역 2년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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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출 사건인 '리크 게이트(leak gate)'와 관련해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루이스 리비(사진) 전 미 부통령 비서실장에게 5일 2년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미 연방지법 레기 월턴 판사는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리비에게 이날 비교적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 리비는 징역형과 함께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 석방되면 2년간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백악관의 고위 관리가 재직 중 기소돼 유죄선고를 받은 것은 1986년 이란-콘트라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들이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의 석방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란에 무기를 비밀리에 판매하고 그 대금 일부를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는 데 쓴 사건이다.

리비는 공직을 맡으면서 국가에 공헌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월턴 판사는 "나라의 안녕과 안보를 책임진 고위 인사일수록 잘못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특별한 의무감이 있어야 한다"며 선처 요구를 일축했다. 리크 게이트를 수사해온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판결 소식을 듣고 리비의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면서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리비를 당장 사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퇴임(2009년 1월)을 앞두고 적절한 시점에 그를 사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체니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리비는 나의 친구"라며 "리비는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판결을 앞두고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 폴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비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서한을 법원에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리크 게이트=2003년 7월 조셉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가 "백악관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고 폭로하자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CIA 비밀요원이던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흘린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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