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불후의 명곡' 세대공감 화음 들리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KBS-2TV의 주말 오락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가 화제다. 탁재훈.신정환 두 MC와 후배 가수가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곡들의 주인공을 찾아가 '그때 그 노래'를 배운다.

아이돌 그룹의 원조 '소방차'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뭉쳤다. 1980년대 후반 소방차의 인기는 지금의 '동방신기'를 능가할 정도였다. 비슷한 시대 최고의 댄스가수로 군림했던 박남정도 추억의 '기역니은' 댄스를 후배가수 이정에게 가르쳐줬다.

'상상 플러스'의 '올드&뉴'코너가 언어를 통한 세대공감을 시도했다면, '불후의 명곡'은 노래를 통한 세대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세대 간의 골을 잇는 데 노래만큼 좋은 다리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 우리 가요계는 너무나 단절이 심하다.

선후배 가수의 교류가 드물 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가요 소비 취향도 극과 극이다. 신세대는 아이돌 스타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팬덤 문화'를 만들었고, 중장년층은 '7080' '가요무대'로 대표되는 추억의 노래만 부르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유행에 노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세대 간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신세대는 요즘 음악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동방신기의 히트곡 '풍선'이 1980년대 인기그룹 '다섯손가락'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3년 전 이승철의 '긴 하루'가 히트를 했을 때, 일부 젊은이들이 '노래 잘하는 나이 든 신인가수'가 나왔다며 반겼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다.

가요의 세대 단절은 세대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가수가 그리 많지 않은 현실 탓이다. 소통의 부재도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아무리 음악적 취향이 달라도 함께 듣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공감대가 생긴다. 그러나 가정 음악실 역할을 하던 전축이 각 가정에서 자취를 감추고, 모두 MP3 플레이어로 자기만의 노래를 듣다 보니, 노래와 가수를 둘러싼 대화마저 사라지고 있다. 가수 신승훈도 얼마 전 '음악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부재'가 가요계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시대의 히트곡들은 다음 세대도 공유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개인적 추억뿐만 아니라 당대의 정서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추억만을 되새기는 '박제된' 노래로 치부하기에는 그 가치가 너무 소중하다. '불후의 명곡'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 앉은 가족들이 단지 옛 노래만 추억하고 배우겠는가.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최희준이다"라는 아빠의 입버릇 같은 농담을 아이들도 비로소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 되지 않겠는가.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