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구명」에 경찰도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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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위 몸싸움 관악서­전직원 유군에 밀물온정/진압 맡다보니 고운정 쌓여
간경화로 서울대병원에서 넉달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서울대생 유성환군(23·신문 3)의 딱한 사정이 3일 중앙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각계의 온정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 관악구 미화원모임인 관악미화녹지회원들이 「일일 자선 구두닦기」로 마련한 손때 묻은 성금 3백21만원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 관악경찰서도 이날 오후부터 전직원을 상대로 모금에 나섰다.
관악경찰서는 서울대생들이 각종 가두집회·시위를 벌일 때마다 진압을 맡아 평소 쫓고 쫓기는 공방전을 벌여온 앙숙관계. 그러나 3일 오후 성금 모금함이 설치된 형사계 사무실에는 이동식서장 등 간부·직원들은 물론 전경·의경들의 성금 행렬이 줄을 이어 흐뭇한 전경을 연출했다.
『화염병·최루탄으로 대치할땐 적개심도 없지 않았지만 같은 젊은이로서 안타까움이 앞서더군요.』 1만원을 모금함에 넣은 윤상준의경(23)은 서울대생과 몸싸움을 하다보니 미운 정 못잖게 고운 정이 쌓였다고 했다.
이에 앞서 8월말부터 서울대 총학생회·신문학과·유군의 모교인 서울 남강고 동문들도 1천만원을 모았다.
총학생회는 2학기 개강과 함께 「성환이형 살리기 운동본부」를 구성,교내 일일찻집과 티셔츠판매·학내 문화패들의 자선공연 등을 통해 수출비 1억원 확보를 목표로 모금활동을 계속중이다.
이밖에 유군의 딱한 사정이 보도된 이후 중앙일보에는 「유군을 돕겠다」는 전화가 빗발쳤고 서울대 동문회를 포함,각계에서 성금모금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유군을 완치시킬 유일한 방법은 간이식수술 뿐이나 아직까지 간을 기증할 독지가가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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