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립대 법인화, 대학 발전 위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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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교육인적자원부의 국립대 법인화 특별법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확정돼 국회에 상정된다고 한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립대는 정부 조직에서 독립 법인으로 전환된다. 그러면 교육.재정.인사 등에서 일일이 정부 통제를 받던 국립대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자기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국립대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구조 변화다.

국립대 법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했다. 다양화.세계화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선 국가 통제형 국립대가 더 이상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립대 지배구조.운영방식을 '자율과 책임' 중심으로 바꿔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자는 것이 법인화의 골자다. 우리도 법인화하면 이사회에 외부 인사가 상당수 참여하고, 총.학장도 간선제로 선출된다.

일부 국립대 구성원은 신분 불안, 예산 지원 축소, 등록금 인상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특별법에 어느 정도의 보호망이 마련됐다고 본다. 오히려 2004년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한 일본에 비해 우리는 법인화 여부를 자율에 맡기는 등 대학들과 타협한 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몇 년 내에 법인화되는 국립대는 소수라고 한다. 그런데도 무조건 거부한다면 현실에만 안주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미뤄선 안 된다.

일본에선 국립대 법인화 이후 대학 경쟁력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한다. 경영 마인드에 눈을 뜬 국립대가 개혁에 나서고, 사립대들이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법인화는 대학 발전의 새로운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할 일은 아직 많다. 무엇보다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늘려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들이 지나치게 경영에만 몰두할 경우 기초학문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모든 국립대가 이른 시일 내에 법인화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치밀한 후속책을 세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