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재원 자급도 “허약”/한은 89∼91년 자금지표 비교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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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평균 26조 부족… 일·대만의 3배/3저때 준비소홀 금융비용 가중
최근의 설비투자부진 등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허약한 우리 경제체질의 반영으로서 이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소비를 더 줄이고 실물자산 비중을 높여나가 국부를 쌓아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3일 한국은행이 한 나라안에서 돈이 도는 행태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를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자금 부족도가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9∼91년 기업들이 자체 자금으론 부족하다고 여기는 규모가 연평균 26조1천억원으로 경상국민소득(GNP)중 차지하는 비율이 15%나 됐다.
이같은 부족률은 대만(5.2%) 일본(5%)의 3배나 되며,독일(2.4%)이나 기업들이 자체 자금으로 쓰고도 오히려 3백92억달러(경상GNP의 0.8%)나 남아도는 미국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투자비용을 가급적 한햇동안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이나 배당 등 여러 경비로 쓰고도 남는 사내유보금액 등 기업내부자금으로 써야 기업이 더욱 건전해진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재원자급도는 높을수록 좋은데 86∼90년사이 한국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9.2%에 그쳤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역사가 수십년에 그치고 짧은 기간동안에 높은 성장을 이룩하느라 기업의 투자율이 30%대로 상대적으로 높았던 우리나라나 대만으로선 그 자급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86∼88년 3저호황때 우리 기업의 투자재원자급도는 60%를 넘어서 형편이 좋았었다.
그러나 이 기간중 기업들은 부동산투자 등 기업의 생산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재테크에 열중하다 보니 저축해놓거나 기계·설비 등 고정자본투자를 게을리했다. 그 결과 자급도가 높아지기는 커녕 89년부터 40%대 아래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대만(63·6%)보다도 14.4%포인트나 낮아졌으며,일본(71.6%) 독일(86.3%) 미국(1백2.3%)에 훨씬 못미친다. 자급도가 낮으니 금융비용부담은 더욱 커지고 기업형편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결국 부족한 자금을 개인들이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한데서 끌어다 쓸 수 밖에 없다.
이 기업의 부족자금을 개인의 여유자금으로 메워주는 기업의 부족자금 보전율(86∼90년 평균치)이 대만(3백39.5%) 독일(2백79.6%) 일본(1백77.1%) 등은 모두 1백%이상으로 기업의 부족자금을 모두 보전하고도 남을 정도다.
한은은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왕성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자체 자금조성을 게을리하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쓰려하니 자금수요가 크게 일고 이에 따라 통화공급확대와 고금리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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