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강준만교수 논문|신문잡지의 방송비평 "「엄숙주의」에 빠져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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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상생활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각종신문과 잡지는 방송을 비평하는데 점점 더 많은 지면을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비평은 전문지식도, 애정도 없으면서 엘리트주의나 오락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는 『방송시 대』(한국방송 프러듀서연합회 발행)가을호에 기고한 논문「방송비평,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파헤쳤다.
방송비평을 하고 있는 강교수는 ▲비평의 엘리트주의 ▲비평의 오락화 ▲비전문성 ▲비평매체의 제약성 ▲비평에 대한 비평의 결여를 대표적 문제점으로 들었다. 문학을 경멸하는 문학비평가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방송비평가 중에는 방송을 경멸하면서도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이, 또는 단지 사명감 때문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 결과 방송발전을 위한 적극적 비평보다는 방송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소극적 비평을 하게 되며, 비평가 자신의 사회 문화적 관점을 중심으로 메시아적 엄숙주의·엘리트주의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비평가들이 방송에 애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선은 방송비평을 할 때 대안을 꼭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엘리트주의의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교수는 제안하고있다.
그 다음으로는 방송비평이 주로 오락적 기능에 치중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특히 신문은 방송비평을 부드러운 읽을거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프로그램 전반을 균형 있게 다루기보다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주로 화제거리가 되는 방송프로그램만을, 그것도 선정주의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것이다. 비평의 오락화를 극복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방송비평은 이 분야가 요구하는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전문가가 따로 나와야겠지만 우선은 비평가 개인의 입장을 초월해 제작자·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관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교수는 말한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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