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외교 일거양득/한·중 접근을 보는 일본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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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본­기술 도입 한­일간 경쟁 유도/등거리 외교로 남북한에 영향력
일본은 한중수교와 노태우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신국제질서 형성을 위한 중국의 세계전략 ▲한중교류 강화에 의한 대미·일 견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한중 밀월관계를 동북아지역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환영하면서도 중국의 「한국카드」사용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양국이 수교후 곧바로 정상회담까지 하게 된 것은 냉전체제 붕괴후 동북아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 필요성이 절실한 중국의 외교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유력한 신흥공업국인 한국을 개혁·개방정책에 참여시킴으로써 외교와 실리라는 일거양득을 취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노 대통령 방중후 곧이어 아키히토(명인) 일왕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중국방문 등 화려한 초청외교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초청외교는 중국에 대해 계속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첸치천(전기침)외교부장은 지난 23일 유엔에서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는 여전하다. 정치·경제면에서 개발도상국을 지배하려는 일부 강대국의 기도가 명확해지고 있다』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일본언론들은 한중 밀월관계 구축으로 외교적 주도권을 잡은 중국이 이제 이 카드를 사용,미국의 대아시아외교에 타격을 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한편 거대한 중국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실리를 취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중국은 노 대통령 방중기간중 무역·투자보호협정 등 일련의 경제협정을 체결,한국과 본격적인 경제교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중국이 요령성은 일본,산동성은 한국,복건성은 대만,광동성은 홍콩이라는 개발분담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이같은 한중간 급격한 접근과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진출 러시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중급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의 중국시장 잠식을 걱정한다.
그 예로 최근 삼성그룹이 길림성에서 대형 에틸렌공장 건설공사를 따낸 것을 들고 있다.
일본은 또 한국과 유럽기업의 합작진출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시장엔 과거부터 유럽이 대출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차관을 무기로 상당한 진출을 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데다 중국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자본이 한국과 손을 잡고 중국에 진출할 경우 일본에 큰 위협이 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는 모두 일본의 「엄살」일 뿐이다. 노조에(야부신일) 아시아경제연구소 국제교류실장은 『경제가 발달하면 할수록 중국은 한국의 기술·자본보다 일본의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일본의 우려를 기우로 돌린다.
한편 중국은 한국과 수교로 남북한에 대해 등거리외교를 펼치는 등 과거의 북한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의미한다.
일본언론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지지요청을 묵살하고 남북상호합의하에 핵문제 해결을 피력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한중양국이 경제교류 확대 등 우의를 돈독히 했으나 핵문제에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한국전쟁을 「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국전 참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중국이 북한의 체제유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공포하는 등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유지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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