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찬밥 유지현 "성탄절 잊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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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저마다 가슴속에 한가지씩 소망을 품어도 좋은 날이다. 프로야구 선수 유지현(32)에게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일찍 찾아왔다. 지난달 23일 아들 규민이를 얻었다. 꼭 한 달이 지났지만 첫 아이를 얻었다는 기쁨은 여전하다. 천주교 신자인 유지현에게 '축복'의 의미를 실감시켜준 귀한 존재다.

그러나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리틀 야구 선수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야구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고 있다. 현재 유지현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13명 중 유일하게 계약하지 못한 선수다. 원소속 구단을 제외한 7개 팀과의 협상시한인 12월 말까지도 1주일 정도 남았을 뿐이다.

1987년 청소년 대표를 시작으로 99년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까지 한번도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던 대표팀 내야수 단골손님, 94년 프로 신인왕 등 스타 플레이어의 양지 바른 길만을 밟아왔지만 올해 친정팀 LG에서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시즌타율 0.234에 16타점, 홈런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SK에서만 한때 영입설이 흘러나왔을 뿐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다. 특히 이적팀이 LG에 줘야 하는 10억원의 이적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LG 입장은 지난해 박정태와 거액에 재계약한 롯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잘해야 1년 재계약이다. 유지현은 23일 통화에서 "기대가 컸는데 쉽지 않다"며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유지현은 24, 25일에도 서울 신대방동 집 근처 체력단련장에서 개인훈련을 할 예정이다. 친정팀 LG에서 짐을 꾸려나온 뒤 하루 3시간씩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꾀돌이'라는 별명처럼 유지현은 똑부러지게 자신의 길을 설명했다. "FA 선언은 선수로서 당연한 권리다.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다. 기다리다 해를 넘기면 그때 상황에 따를 것"이라며 덧붙여 LG와 막판 재계약할 뜻임을 비쳤다.

과연 하늘은 유지현에게 내년 시즌 '재기'라는 선물을 내려줄 것인가.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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