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말많고 탈많은 철거민촌 대명사/철거된 서초동 꽃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80년대초 형성 도깨비불 15차례/지주­주민 10년마찰 공권력 해결
「말」 많고 「탈」 많고 「불」 많았던 서울 서초동 꽃마을이 24일 당국의 강제 철거로 포크레인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지주들의 소유권에 주민들의 생존권주장이 10여년만에 밀려난 것이다.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은 80년대초 상계동·본동·광명시 등 택지개발사업으로 철거된 빈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서울의 마지막 남은 대단위 무허가 집단거주지였다.
평당 2천만원을 호가하는 「황금의 땅」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공권력의 상징인 대법원·검찰청 바로 코밑에 자리한 꽃마을은 그동안 철거를 놓고 논란이 거듭돼 왔다.
당국은 강제철거의 배경에 대해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사유지를 10년이상 불법 점유한 무허가촌을 방치할 수 없었으며 전기 배선 불량으로 자주 불이나 재해예방 측면에서도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올들어 다섯차례 등 88년이후 15차례의 크고 작은 「도깨비불」이 나 그때마다 주민과 당국 사이에 방화·실화 논란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유지도 아닌 사유지의 집단거주촌을 당국이 직접 나서 철거한 예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철거가 「힘센」 지주들의 입김에 당국이 굴복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꽃마을의 지주는 80여명으로,그들은 그들대로 법에 보장된 재산권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반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그동안 주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6월부터 거주실태 조사를 벌여 부동산·차량소유사실이 없는 사람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영구임대주택을 보장해주는 한편 4백47가구가 결성한 「청법주택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지주들도 이같이 당국이 지원대상으로 지정한 생보자와 주택조합원 1천1백여가구에 대해 이주보상비 2백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러나 당국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1천1백여가구중 빈집으로 확인된 3백65가구를 뺀 나머지 8백여가구는 상당수준의 재산을 갖고 있거나 이중 거주자로 밝혀져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중엔 그랜저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투기꾼들도 상당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거주자중 악성투기꾼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원제외대상가구의 대부분은 생보자 지정을 받아야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주민들은 생계수단의 용달차·미니승합차 등을 가진 가구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선정기준에 문제가 많았다며 좀더 많은 생보자 지정과 전주민에 대한 이주비 3백만원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지원에서 소외된 가구에 대한 문제는 철거이후에도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이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