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괴물, 아빠 돼서 돌아왔다 -슈렉3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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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14면

‘슈렉’이 처음 나왔을 때 그 신선한 발상의 전환에 모두들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디즈니가 ‘인어공주’나 ‘미녀와 야수’에서 보여준 것처럼 기존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 번도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해본 적 없는 초록괴물이 주인공이자 타이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공주가 본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마법에 걸린 피오나마저 마법이 풀린 뒤 초록괴물이 되어버리는 결말은, 언젠가는 구태의연에 발을 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도 날려버렸다. ‘슈렉’ 시리즈는 ‘겁나 먼 왕국(Far far away)’과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라는 매우 전형적인 동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백설공주와 신데렐라ㆍ피노키오 등의 친숙한 캐릭터들을 재등장시키면서 그 모든 것이 표상하는 바를 전복시킨다. 그것이 바로 ‘슈렉’의 묘미이며, 최고의 매력이다.

★★☆ 감독 크리스 밀러ㆍ라맨 허 목소리 주연 마이크 마이어스ㆍ캐머런 디아즈 러닝타임 92분

올 여름 다시 찾아온 ‘슈렉 3’는 이전 시리즈들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더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전편들이 슈렉과 동키 그리고 장화 신은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남성중심적 서사였던 데 반해, 3편에서는 피오나 공주와 그녀의 엄마, 백설공주, 신데렐라 그리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강력한 여성연대를 이루며 멋진 액션을 펼친다. 또 왕위 계승을 거부한 슈렉이 찾아낸 서열 2순위 아더를 통해 학원 폭력과 왕따 문제와 같은 현재 10대가 당면한 문제들을 환기한다.

이번 모험을 통해 슈렉은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아더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가졌던 열등감을 극복하게 된다. 자신감 없던 아더가 동화 속 모든 악당 캐릭터를 규합하여 반역을 꿈꾸던 프린스 차밍 일당에 대처하는 방식이 폭력 난투극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설득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덕분에 클라이맥스가 약해진 느낌은 있지만, 슈렉과 동키의 귀여운 2세들 모습을 볼 수 있는 기쁨이 숨어 있는 잔재미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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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전공한 뒤 문학과 접목한 영화 읽기와 쓰기를 꿈꾸는 영화평론가입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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