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성 버려야 할 「유럽통합」/뉴스위크 한국판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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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 회원국 다양성 살려야 앞길 순탄
30일자 뉴스위크 한국판은 유럽이 원만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들의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 요지.
금년 여름은 유럽통합론자들에게는 끔찍한 시기였다. 지난 6월 덴마크는 국민투표에서 유럽의 경제·금융·정치적 통합의 중추적 역할을 할 유럽동맹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부결시켰다. 또 7월에는 세계의 언론들이 보스니아의 참상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으나 EC는 유고내전 종식에 속수무책이었다. 8월들어 독일에서는 외국이민들에 대한 인종주의자들의 무분별한 폭력사태가 발생해 독일의 국수주의 망령이 건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주에는 유럽의 협조체제중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유럽환율조절장치(ERM)가 팽배된 국가 이기주의와 행정무능으로 파국을 맞았다.
물론 지난주의 통화위기로 모두가 난국에 처한 것은 아니다. 영국기업들은 이로 인해 이득을 보았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서 파운드화가 10% 평가절하되면서 그들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에 회의적이던 영국의 대처 전총리와 전무역산업장관인 리들리경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에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범EC통화정책에 반대해 왔던 그들의 태도가 옳은 것으로 입증된듯 했기 때문이다.
경제·금융체제의 단일화 추진 노력은 EC의 12개 전회원국이 독일식의 경제를 접목시키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듯이 보이지만 실천은 그리 쉽지 않다. 재정을 과다지출한 국가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비효율적인 산업을 폐쇄해야만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야 하고,스페인인들은 시에스타(낮잠)를 없애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럽 여러나라들의 모범인 동시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독일이 계속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2년동안 독일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연방은행인 분데스방크가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정책을 시행하리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ERM의 붕괴가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유럽은 국경을 허물고 3억2천만명의 소비자를 포괄하는 최대의 단일시장이 된다. 유럽의 EC비회원국과 구소련진영에 속했던 나라들도 단일시장에 가입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사실상 유럽동맹조약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한결같이 『시장단일화에는 찬성,그러나 마스트리히트조약에는 반대』라고 외친다. 그리고 조약 반대론자들도 독일과 이웃나라들과의 유대를 강화해 유럽에서의 전쟁재발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는 유럽통합의 효과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볼때 지금부터는 EC회원국가들에 획일성을 강조하지 말고 각 국가의 다양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유럽통합에 접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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