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손금·관상·UFO·침술·좀비·자석요법…정말 믿을 만한 구석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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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손금이나 관상에 길흉화복이 숨어 있다는 말에 찜찜한 이, 노스트라다무스나 UFO에 혹한 이, 자석이나 신비의 물의 치료효과에 솔깃한 이…. 이런 사람들에게 유용하면서도 어쩌면 편치 않을 책이다. 침술에서 좀비까지, 초자연적 믿음과 사이비 과학에 관련된 400항목을 논리적으로 따졌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미국 새크라멘트시티 컬리지의 철학과 과장인 로버트 토드 캐롤. 1994년 인터넷에 50항목을 골라 그 정의(定義)와 유래, 논증을 다룬 이래 지금은 매달 50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는 국제적 인기 사이트로 가꾼 인물이다.

얼굴로 사람의 운명과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관상학.관상술.인상학.골상학을 보자. 우리 사회의 일부 지식인들조차 믿는 이 '과학'은 아무 근거가 없는 사이비란다. 범죄자들의 얼굴에서 패턴을 찾았다고 믿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않았거나(관상학), 뇌과학 발달 이전에 두뇌의 표면에 정신적 능력을 관장하는 기관이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바탕을 두어서다(골상학).

지은이는 이런 사이비 과학이 횡행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든다. 그 중 하나는 '텍사스 저격수의 오류'다. 이는 먼저 헛간 벽에 총을 쏜 다음 총알 구멍 주위에 과녁을 그려 넣은 텍사스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개별 사례를 기록하다 보면 연속성에 의한 착각이 일어나 인과관계를 뒤바꾸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점성술사나 수상가(手相家)들의 말을 믿는 것은 '포러 효과' 때문이란다. 심리학자 포러가 학생들의 성격 테스트를 한 뒤 신문 점성술난의 점괘를 무작위로 짜깁기해 성격진단으로 제시했는데도 대부분 정확하다고 인정했다는 심리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자기기만.허영.희망적 관측의 성향이 있는 탓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팔찌나 밴드, 침구 등 자석제품이 쏟아진다. 미국의 자석시장은 연 1억5000만 달러 규모다. 하지만 지은이에 따르면 통증을 완화해 준다는 자석요법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단다. 지은이는 일화 형식으로 소개되는 자석제품의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나 '사후 추론'이라고 설명한다. 암 치료제로 쓰이는 상어 연골 분말은 상어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데 착안한 것이지만 이는 허구다. 상어도 암에 걸리며 심지어 연골암에도 걸린다고 설명한다.

광범위한 질환에 즉각적인 만병통치 효과가 있다거나 '과학적 대발견' '성분은 비밀' 등의 선전문구를 사용하거나 오직 한 곳에서만 구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조심하라고 귀띔한다.

항목마다 나름대로 증거를 제시하지만 지은이가 자연과학에 두루 통달한 인물이 아닌 만큼 "책 내용이 반드시 맞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헛된 망상과 교묘한 기만에 둘러싸여 살아가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지은이 말 마따나 "그런 것들에만 헌신하고 맹종하려는 것은 참으로 황량하고 한심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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