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왜곡…사회혼란 부채질"|개신교계 「시한부 종말론」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한부 종말론자들에 의해 예수의 공중재림과 휴거의 날로 선포된 10월28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부터 소극적이나마 당국이 규제에 나서 표면상 열풍은 다소 가라앉은 듯도 보이나 무단가출·학업 및 직업의 포기·재산헌납·낙태·이혼등 시한부종말론 맹신자 들이 빚는 반사회적 사건들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그동안 시한부종말론에 대해 방관의 자세로 일관해오던 기성 개신교계가 이들의 성서해석과 신학상의 과오를 비판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성)주최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게 될「시한부종말론의 정체와 문제점」세미나에는 이종윤(서울장로교회목사)·조향록(초동교회원로목사)·이종성씨가 주제발표자로 참가한다.
이중「기독교의 역사관과 종말론」이란 제목으로 발표되는 이종성박사의 강연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기독교 역사관을 유형화하면 크게 종말을 인정치 않는 것과 인정하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종말을 인정하는 역사관으로는 ▲유대교에서와 같이 하느님의 창조(시작)와 메시아 강림(끝)을 한줄로 그어 이해하는 직선적 역사관 ▲역사를 창조-예수탄생-재림이란 3개의 점을 이어가며 연속되는 과정으로 보고 예수탄생을 그 중심에 두는 중심점적 역사관 ▲모든 역사는 절대자인 야훼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일정한 원칙과 방향성을 갖고 역동적 진행을 해 간다고 보는 나선형적 역사관의 3가지가 있다.
이중에서도 중심점적 역사관과 나선형적 역사관은 고금의 기독교 신학자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아오고 있는 정통종말역사관이다. 그러나 기독교신학자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이같은 정통의 역사관에서 일탈한 잘못된 이해를 널리 퍼뜨려 교회나 사회에 부정적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자주 일으키고 있다. 요즈음 크게 물의를 빚고 있는 시한부종말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잘못된 기독교 역사관의 뿌리를 더듬어보자.
18세기의 영국학자 어셔는 구약 창세기 5장과 11장의 연대기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인류역사가 서기전 4천4년에 시작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후 학자들은 그의 가설을 전제로 다시 하나님의 천지창조기간 6일에 착안해 1일을 1천년씩, 인류역사의 전체길이를 6천년으로 산정하고 마침내 서기 2천년 전에 종말이 도래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게 됐다.
16세기의 프랑스 의사 노스트라다무스는 12권으로 된 『제세기」란 이름의 예언서를 남겼다.
그는 특히 『1999년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글귀로 종말의 도래를 예언. 오늘날 유행하는 각종 시한부종말론에 영감과 근거를 제공했다.
물론 이들 가설은 성서 신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관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상의 모든 사건은 자연법. 인간의 자유의지, 우연성에 지배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기독교의 역사이해는 여기에 역사의 축으로서의 「하느님의 섭리」란 요인을 하나 더 덧붙인다.
특히 세상의 종말과 같은 중대한 사건은 하느님의 직접적 계획과 관리하에서만 일어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물의를 빚는 시한부종말론자들의 과오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즉 ▲하느님이 덮어두신 비밀을 인간의 생각으로 판정함으로써 신권을 침해하고 있고 ▲직통계시등을 구실로 예수를 제쳐놓고 하느님을 직접 상대하려 한다는 점에서 반 그리스도적이며 ▲상징적으로 묘사된 성서기록을 현실적 사건과 동일시함으로써 성서 주석의 대원칙을 어기고 있고 ▲재림일 임박 운운으로 신자들에게 공포감을 주어 가정파괴·학업 및 직업의 중단·군복무 이탈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는데서 반 성서적·반 사회적이다.

<정교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