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전 기사 바로잡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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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5월 29일자 2면 정정 코너인 '기록을 위해(For the Record)'에 "1944년 6월 8일자의 태평양 전선 사진설명 중 왼쪽 끝 장교의 이름이 제런드(Gerand)가 아닌 지라드(Girard)이기에 바로잡습니다"라고 적혀 있다.[뉴욕=남정호 특파원]


"1944년 6월 8일자에 실린 태평양 전선 사진 설명 중 왼쪽 끝 장교의 이름이 제런드(Gerand)가 아닌 지라드(Girard)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 타임스(NYT)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간한 신문에 실린 사진 설명을 정정하는 기사를 지난달 29일자에 실었다. 신문이 발간된 지 63년 만이다.

NYT는 이날 정정란인 '기록을 위해(Corrections:For the Record)' 코너에서 태평양 전선에서 복무 중인 장교들의 이름을 밝힌 사진 설명의 오류를 정정했다. 이 신문은 2면 안내 기사에서 "NYT는 어떠한 의견이나 제안, 또는 잘못에 대한 불평을 환영한다"며 "잘못이 확인되면 반드시 정정기사를 싣겠다"라고 밝혔다.

참전군인 단체 관계자들은 "사진 왼쪽 끝 장교의 이름을 사진 설명에서는 제런드라고 적고 있으나 그는 지라드 B 트로랜드 대령으로 코네티컷주 뉴런던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잘못은 지난달 28일 옛 신문을 살펴보던 그의 손자가 발견해 제기했다"고 전했다.

철저한 사실 보도를 추구하는 NYT의 정정란은 항상 2면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매일 하루 평균 10여 건의 정정 보도가 실린다. 많을 땐 정정란이 2면 전체 지면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단순히 정정보도 코너가 아닌 156년 전통의 NYT를 대표하는 간판 코너다.

NYT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된 기사나 오자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관련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정 기사를 낸 적도 많았다. 실수를 도리어 독자와의 새로운 대화 기회로 삼는 NYT 특유의 저널리즘이다. NYT는 2003년 당시 NYT 기자였던 제임스 블레어가 상당 부분 기사를 조작하거나 남의 기사를 베낀 것으로 드러나자 5월 11일자 일요판 1면부터 4개 면에 걸쳐 장문의 사과 기사를 실었다. A4용지 15페이지 분량에 해당하는 장문으로 독자들에게 블레어 사건을 고백하고 사과한 것이다.

2000년 8월 29일자엔 "8월 19일 보도한 북극 얼음 해빙 기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드러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며 반드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과학계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했다. 열흘 전 북극을 다녀온 과학자 두 명의 목격담을 인용해 북극 얼음이 녹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 온난화의 강력한 증거라고 보도한 것을 정정한 데서 더 나아가 과학계의 주장을 자세히 보도한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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