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APEC/「아태정상회담」 가능성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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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NAFTA 등 정세변화에 적극 대응/지역집단 안보협의체 논의여부 관심
제4차 아·태경제협력(APEC) 각료회의는 사무국설치 등 APEC를 상설국제기구화하는데 따른 문제와 아·태 정상회담 가능성 타진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합의에 대한 대처방안 등을 논의한다.
APEC는 지난 89년 호주의 발의로 창설된 이래 매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왔다. 무역·투자신장률 등에서 평균을 웃도는 세계경제 성장의 중심지이면서도,문화적 다양성과 경제성장단계의 차이로 이해결집이 불가능했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하나로 묶어보자는 발상이었다. 특히 지난 서울대회에서 중국·대만·홍콩 등 이른바 3중국이 모두 가세,APEC 참가국들은 이제 전세계 국민총생산(GNP)의 49.7%,무역거래의 38.6%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난해 「서울선언」을 통해 개방적 자유무역체제의 강화 등 기본이념을 채택하고 상설사무국 설치를 결정하기 전까지 APEC는 이 지역 국가 각료들의 친목회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APEC가 우려했던 유럽통합과 NAFTA체결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APEC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이같은 사태변화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과 말레이시아는 7일 상공장관 회담을 갖고 이번 방콕대회에서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NAFTA관련국들에 강력 경고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와 같은 새로운 배타적 경제공동체창설을 논의할 정도까지 발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열린 경제협력」이라는 APEC 기본이념에 위배될뿐 아니라 아·태지역의 비약적 경제발전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체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조기타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상설사무국 설치는 한국·일본·태국·싱가포르 등이 각축을 벌여왔으나 최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단일안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함에 따라 싱가포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상설사무국 유지기금도 미국과 일본이 각각 20%를,아세안 6개 회원국이 일률적으로 2∼3%씩,중국이 10%를 부담하기로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
이와함께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APEC가 아시아 안전보장을 폭넓게 논의하는 정치대화의 장으로까지 발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처럼 아시아에도 CSCA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호주는 APEC가 그 밑거름이 돼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을 제의한바 있고 일본도 이를 찬성하고 있다. 최근 남사군도(스프라틀리군도) 문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아세안과 베트남·중국 등도 군사·정치적 대화의 필요성을 느낄지 모른다.
한편 미국의 기본입장은 아시아 정치·군사문제의 다국간협의체 구성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도 국방비 삭감과 그에 따른 아시아주둔군 감축으로 빚어지는 아시아에서의 힘의 공백이 특정국가의 패권을 확대하는 기회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정치·도의적 책임이 있다.
탈냉전의 국제무드와 달리 지금 아시아에서는 지역 패권을 노리는 군비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정부간 협의체인 APEC가 이같은 사태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을 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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