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에 길 비켜주자/1초가 급한데 양보안해(자,이제는…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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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년째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전명수씨(38)는 요즘 갈수록 일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워낙 차가 막혀 구급차가 구실을 하기 어려운데다 사이렌을 울려도 꿈쩍않는 운전자들의 이기심때문에 자칫 귀중한 생명을 잃게할까봐 가슴졸이는 일을 매일같이 겪는 탓이다. 차가 막혀 꼼짝 못하는 것이야 어쩔수 없다치더라도 조금만 양보하면 위급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그런 당연한 원칙을 지키려들지 않는다.
6일 오전 9시쯤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태우고 구의동에서 병원으로 향하던 전씨는 화양네거리 부근에서 1분이 1년같은 애타는 심정으로 핸들을 정신없이 꺾어야 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꽉 메운 차량들이 달려오는 앰뷸런스를 보고도 꿈쩍않는 바람에 지그재그 곡예운전이라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차안에서 애라도 낳았다면 어휴….』
전씨는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40분이 넘어 간신히 병원에 도착했으나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분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훔쳐냈다.
『자기나 자기 가족이 아플 때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텐데,그 생각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요.』
구급차에마저 길을 비켜주지 않는 우리의 각박함과 이기심은 이제는 고쳐야할 「후진병」이 아닐까.<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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