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연주음악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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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중음악 연주곡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재미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이 발표한 앨범『지구에서 온 편지』,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독집 앨범 등이 결코 대중적이라 할 수 없는 순수 연주곡인데도 10만장이 넘는 판매를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 전문 세션 연주자들이 최근 결성한 연주그룹「야샤」의 음반도 별다른 홍보 없이 크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러 가수들이 노래를 맡고 연주부문에 비중을 크게 둔 전문 편곡자 송홍섭, 키보드 주자 최대완 등의 솔로 앨범 등이 빛을 보게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음반 기획 자들은『연주곡 음반 판매가 10만장이 넘는 것은 보통음반 1백만 장을 넘는 엄청난 성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야샤」는 웬만한 음반 재킷마다 연주자로 등장해 이름이 낯익은 베이스기타 조동익을 비롯, 기타 함춘호·손진태, 그리고 최근『그런 대로』라는 솔로 앨범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는 키보드 김현철이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해 한국의「토토」로 일컬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에서도 외면해왔던 이 같은 연주곡들이 주로 표현하는 음악은 대부분 컴퓨터를 사용하는 세련된 기교의 연주곡, 뛰어난 편곡 감각을 보이는 퓨전 재즈 연주곡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 본격적인 음악연주를 해온 실력과 감수성을 동시에 높이 평가받고 있는 김광민, 어쿠스틱 피아노만으로 독집 연주곡 집을 발표한 임인건·한송연 등의 음악은 수년 전 우리 나라에서 히트한 조지 윈스턴류의 이른바「뉴에이지」음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같은 연주음악의 의외의 성과는 그 동안 연주·편곡 실력이 크게 높아졌고 대중음악을 듣는 팬들의 기호가 보다 깊이 있는 음악성을 찾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
또 연주음악의 의외의 성과는 가창력 위주의 발라드 음악, 단순한 유흥을 위한 트롯음악이 쇠퇴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등장한 그룹음악의 득세와 함께 최근의 대중음악판도가 매우 변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TV드라마·영화의 삽입 음악으로 선보이는 연주음악이 잇따라 크게 히트하게 된 것도 노래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만 관심을 가져온 팬들의 기호를 악기 연주에 초점을 맞추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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