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NGO] "시민단체에 낸 기부금 왜 소득공제 안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시민단체 기부금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달라.' 해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신청 기간이 되면 회원들의 기부금 처리 문제로 곤욕을 치러온 시민단체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 3백55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8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법제 개선안 마련 세미나'를 열었다. 목적은 하나. 기부금 기탁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도록 법제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지정기부금 단체의 자격 조건을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인'이 아닌 참여연대.인권운동사랑방.통일연대 등 상당수 시민단체는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경실련은 경제정의연구소.통일연구소 등 산하 법인 명의로 회비와 후원금을 받아 영수증 처리를 하고 있으며,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시민운동지원기금과 금융결제원 간에 맺어진 자금관리서비스(CMS)로 회비를 납부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불이익과 불편을 겪으면서도 시민단체들이 법인화를 꺼리는 것은 법인이 되면 주무 관청의 감독.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NGO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시민연대 NGO법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기원 변호사는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시민단체가 법인화할 경우 내부 정보가 정부로 들어가게 되며,자칫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정부의 감독을 받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종교단체나 도서관.문고.과학관의 경우 법인 설립 여부와 관계없이 등록이나 신고만 해도 지정기부금 단체가 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법인 자격을 갖춘 시민단체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완강하다.재경부 법인세제과 성수용 과장은 "법인이란 법률상 한 단체의 주민등록 같은 것"이라며 "어떤 단체인지, 어떤 사업을 하는 단체인지 등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세제 혜택을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