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때 잃어버린 아이 30대 얼굴 알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3세 때 아이의 얼굴을 가지고 30대 중반의 사람을 찾을 수 있다구요?" "자 보세요, 아이가 자라면서 서서히 얼굴이 길어지고 골격이 커지면서 이렇게 변했을 겁니다."

최근 종방한 MBC드라마 '히트'의 한 장면이다. 연쇄살인범 신영일을 찾기 위해 3살 때의 범인 사진을 가지고 미국에서 도입한 프로그램에 입력하니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범인 얼굴이 재연됐다.

이 같은 일이 현실에선 가능할까. 정답은 '한국에서는 안되지만 미국에서는 된다'다.

미국 NC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 & Exploited Children)가 보유한 얼굴변환 프로그램 (Age Progression Program) 덕분 때문이다. NCMEC는 실종아동 전담기구다. 1981년 6세의 아담 월시 유괴사건으로 실종아동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자 1984년 실종아동법의 제정과 함께 설립한 실종아동관련 민간기관이다.

여기서 개발한 얼굴변환 프로그램은 장기실종 아동을 대상으로 성장 후의 얼굴변화 모습을 추정하는 것이다. 실종 당시의 연령이 2세 이상이어야 얼굴변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드라마에서와 같이 아이의 사진을 입력하면 저절로 30년 후가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사진은 기본이고 형제.자매의 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수십 여장 필요하다. 이 사진들을 데이터화해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5년, 10년, 20년, 30년 후의 얼굴이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이 기술로 600여 명 이상의 실종 아동을 찾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현재 보건복지부 위탁 실종아동전문기관에서 NCMEC측에 이정훈 군과 모영광 군 등 2건을 의뢰했다.

이정훈 군은 1973년 3월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실종됐다. 당시 만3세로 이군 가족은 올 4월, 만 37세의 정훈군 얼굴 사진을 받았다. 모영광 군은 2002년 만2세 때 부산 해운대구에서 실종돼 현재 7세다. 모군 역시 지난해 12월 얼굴 추정 사진을 받았다. 자료를 받기까지는 보통 4 ̄6개월 정도 걸린다.

NCMEC의 얼굴 추정 사진은 국내 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몽타주 기반의 시스템으로 현재 모습을 추정하는 '연령 변환 얼굴'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NCMEC의 얼굴변환 프로그램 기술을 아직 전수받지 못했다. 비용이나 인력 면에서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변환을 의뢰할 때 드는 비용은 엄청난 액수이지만, 위의 2건은 NCMEC가 무료로 시범 사례를 제공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종아동 전문기관의 이은주 팀장은 "올 하반기에 미국 NCMEC 연수를 가서 얼굴변환 프로그램을 배워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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