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도 돈달려"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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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획득으로 각광을 받은 대한역도연맹(회장 허창범)이 예산고갈로 하반기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할 위기에 빠졌다.
역도연맹은 해태그룹(회장 박건배·역도연맹명예회장)과 3개 투자신탁회사(국민·한국·대한)가 지난85년 후원회를 결성, 해마다 연맹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해왔는데 해태를 제외한 3개 투자신탁회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올 지원키로 약속했던 1억2천만 원의 후원금을 낼 수 없다고 올림픽직전 문건으로 공식 통보해온 것이다.
따라서 역도연맹은 내년도 예산안 책정은 물론 올 하반기로 예정된 3개 국제대회 참가와 꿈나무 훈련등을 일단 중단키로 하는 한편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키로 했다.
역도연맹의 올해 예산은 성부보조금 3억 원을 제외하고 4억5천9백 만원선 이중 해태그룹은 올해 약속했던 3억3천9백 만원을 이미 연맹 측에 전달한 반면 나머지 3개 투자신탁회사에서는 현재 가중되고 있는 시중의 자금난과 회사 내의 분위기 등을 이유로 후원금 지급중단을 연맹에 통보해온 것.
연맹측은 따라서 10월 이후에 열리는 헝가리 다뉴브 컵 국제대회와 대만 후체른 컵 국제대회 그리고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여자)등의 불참을 결정하는 한편 2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꿈나무(10명)훈련을 중지키로 했다.
또 오는 10월 이후부터는 연맹사무국 직원들의 월급마저 중단할 위기를 맞게됐다.
특히 헝가리 국제대회는 한국이 수교이전부터 참가, 한 헝가리의 수교에까지 공헌한 주요국제대회로서 이번에 불참할 경우 국제적 공신력까지 실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역도연맹이 5천만 원의 빚까지 지는 등 연맹행정의 차질을 빚게 된 것은 후원사의 자금지원중단 때문이지만 연맹의 예산집행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즉 3개 투신사의 예산중단이 올 상반기부터 예고됐는데도 긴축행정을 펴기보다는 대표선수용 몸보신 값으로 1천만원이상을 지출하는 등 씀씀이가 헤펐다는 비난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역도연맹후원회장을 맡아오며 올해까지 40억 원 정도를 연맹에 후원해온 박건배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계속적인 지원을 다짐하고 있지만 또 다른 후원단체가 나서지 않는 한 역도연맹은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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