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짙은 영화 주목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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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밀양’(감독 이창동)의 주연배우 전도연(左)과 송강호가 26일(현지시간) 오후 칸 해변에서 포즈를 취했다. 16일 시작한 칸영화제는 27일 오후 시상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일정을 마쳤다.[칸=연합뉴스]

제60회 칸영화제가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영화제 집행위 측은 27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28일 오전 2시30분)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시상식을 열고 12일간의 '환갑 잔치'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체적으로 볼 만한 영화가 적지 않았던 가운데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 22편의 수준도 예년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에는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전도연.송강호도 참석했다. 칸영화제 측은 관례적으로 수상 결과를 미리 통보하지 않지만 수상 후보자들에겐 참석을 요청해 '밀양'의 수상 가능성이 커졌다.

외신들은 인간의 구원과 용서 문제를 파고든 '밀양'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고통받는 온순한 영혼을 표현해 낸 전도연의 연기가 압권(뉴욕 타임스)" "압도적인 절망감과 주위의 무관심을 극복하려는 한 젊은 어머니의 초상을 완벽하게 그려냈다(로이터 통신)" 등의 호평이 잇따랐다. AP.AFP 등 주요 통신사도 이창동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전도연의 연기를 높게 샀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년 감독상)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년 심사위원 대상)에 이어 칸에서 또 한번의 '희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영화제 초반부터 영화 전문가들의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은 루마니아 신예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의 '넉 달 삼 주 이틀'과 미국 감독 코언 형제의 범죄 영화 '늙은이에 땅은 없다'다. '넉 달 삼 주 이틀'은 낙태를 금지시켰던 독재자 차우셰스쿠 시대를 배경으로 불법 낙태를 하려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여대생들을 다뤘다.

터키계 감독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파티 아킨의 '천국의 가장자리'와 미술가 출신의 미국 감독 줄리앙 슈나벨이 프랑스에서 만든 '잠수종과 나비'도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잠수종과 나비'는 전신마비 상태에서 눈꺼풀만 움직여 책(한국에선 '잠수복과 나비'로 번역)을 쓴 전직 잡지 편집장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천국의 가장자리'는 터키와 독일의 미묘한 갈등과 상호 이해를 다뤘다. 감독은 서유럽과 터키만이 아니라 터키 이민자 부자(父子), 이민자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독일 여대생 모녀(母女)가 각각 화해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여부가 주목받는 시점이어서 프랑스 영화제인 칸이 '더 넓은 유럽'을 포옹하는 의미로 이 영화에 상을 안겨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늙은이에 땅은 없다'는 돈과 마약 관련 범죄로 얼룩진 미국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바톤 핑크'(1991년)로 황금종려상.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파고'(96년)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년)로 두 차례 더 감독상을 받았던 코언 형제의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이 밖에 올 칸에선 정치적 함의를 담은 영화들이 시선을 끌었다. 러시아의 체첸 점령을 할머니의 눈을 빌려 비판적으로 성찰한 러시아 감독 소쿠로프의 '알렉산드라', 이란 혁명 이후 압제적으로 급변한 사회상과 서구 문화와의 갈등을 소녀의 성장사에 담은 프랑스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칸=이후남 기자

◆ 신문 제작 시간상 수상 결과를 싣지 못했습니다.
최종 결과는 조인스 홈페이지(www.joins.com)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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