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제2이동통신 선정/미 업체만 배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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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AT&T 등서 수천억대 수입불가피/장비 국산화 노력에 찬물
제2이동통신 선정결과의 진짜 승자는 미국의 통신장비 업체로 나타나 사업자 선정을 서두른데 따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 장비·단말기의 국산화율이 매우 낮아 수천억원어치의 수입이 불가피 한데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일 제2이동통신의 이동전화 사업자로 뽑힌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은 미국 통신장비 업체인 AT&T사의 장비채택을 가정해 사업계획서를 냈기 때문에 AT&T사가 대부분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5년간의 연구 끝에 이달들어 이동통신 장비의 핵심인 교환국·기지국장비를 개발해냈으나 제2이동통신은 급한 나머지 미국업체 기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업계의 국산화 노력도 차질을 빚게됐다.
이번의 이동통신 경쟁체제 도입도 미국의 통상압력에서 비롯됐고 결국 제2이동통신 서비스사업에 미국의 GTE가 선경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하게 됐으며 이에 이어 하드웨어도 AT&T 등 미국에 이익이 돌아갈 전망인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장비 시장은 96년까지 6천억원대,2000년에는 1조원 규모로 커지며 선경의 사업개시 2년동안만 2천억원어치의 장비구입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장비의 국산화율은 형편이 없어 핵심인 기지국·교환국 장비는 삼성의 시제품을 빼면 국내생산이 전혀 없으며 단말기(전화기·삐삐)도 업계에서는 40% 정도가 국산화 됐다고 말하지만 핵심부품은 10∼20% 국산화에 머무르고 있다. 카폰 안테나나 단말기 배터리도 국산화가 안되어 있다.
선경은 96년까지 국산화율을 95%로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현성이 의문시 되고 있고 정부도 관련 규정으로 국산부품 사용을 의무화 하지 않고 있는데다 제1이동통신과의 통화품질 경쟁 때문에 선경도 외국장비 의존율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제2이동통신 장비공급권을 놓고 국내에서 미국의 AT&T와 모토롤라,스웨덴의 에릭슨 및 삼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상공부는 지난 봄 이와 관련,3년간 10억달러의 무역적자 발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었으며 체신부측은 1억달러 정도라고 맞서고 있다. 더구나 통신장비는 빠른 속도로 새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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