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에 꽃사슴 뛰놀게 한다/한 병원장이 한라산에 여섯마리 방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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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7년까지 백마리… 상징동물 되찾도록”
『부디 많이 번식해 옛날같은 영화를 누려라.』
나무우리 문이 일제히 열리자 그 속에 있던 꽃사슴 여섯마리가 힘차게 뛰어나와 한번 껑충 뛰고는 쏜살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사슴이 멸종된 제주도 한라산 중턱 수장악(물장우리) 부근에서 19일 낮 12시쯤 꽃사슴을 놓아주는 이색행사가 벌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30여명은 사슴이 질주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한라산록에서 사슴들이 왕성히 번식할 것을 기원했다.
이날 행사는 제주시 일도1동 이동일씨(66·내과병원원장)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
풀어놓은 꽃사슴은 대만산 3년생으로 마리당 시가 2백여만원인 암컷 네마리,수컷 두마리.
한라산에서의 사슴 멸종시기는 기록상 나타난 것은 없으나 조선시대 흰사슴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어 해방전후의 혼란기에 무분별한 포획으로 없어졌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특히 백록담이란 이름으로 미루어 이곳에는 원래 사슴이 많아 한라산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던 것으로 향토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라산에는 현재 사슴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다만 번식력이 뛰어난 노루가 꽤 많이 야생하고 있다. 제주 당국은 이같이 사라진 사슴을 기리기 위해 87년 한라산 중턱 해발 1천1백m의 서부횡단 도로가에 사슴조각상을 세워놓기도 했다.
이씨는 『제주의 상징은 한라산이고 한라산의 상징은 흰사슴이었기 때문에 사슴은 제주도민의 정신적 동물이라 할 수 있다』며 『이같은 사슴이 사라진 것이 못내 허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라산의 본래모습을 되찾기 위해 앞으로 해마다 꽃사슴을 구입,97년까지 1백마리 정도를 방생해 사슴의 낙원이 이뤄지도록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박행신교수(58·생물)는 『한라산은 사슴이 살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이어서 이번에 놓아준 사슴들이 내년에 네마리 정도의 새끼를 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제주=진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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