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대문 수사과장·한화 측 외압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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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경정은 이어 "사건의 전모가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로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거절했다"며 "그러자 '수사를 잘 부탁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를 한 지난달 30일은 김 회장의 소환조사(4월 29일) 직후로 김 회장 차남(21)의 경찰 소환을 앞둔 시점이다.

김 회장 사건을 수사했던 강 경정은 보복폭행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조직폭력 '맘보파' 두목 오모(54)씨와 저녁 식사 및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나 22일 대기발령을 받았다.

강 경정은 오씨와 만난 사실에 대해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첩보보고서 한 장만 달랑 넘어온 상태에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만난 것"이라며 "오히려 한화 측이 오씨를 통해 김 회장 소환 시기와 조사 방식 협의를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확인 결과 지난달 30일 강 경정과 통화한 한화 법무팀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변호사가 상식적으로 그런 말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 경정의 주장은 '늑장 수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경찰의 내분 양상 속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대문서-광역수사대-서울경찰청-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수사 담당자들과 지휘선상에 있었던 간부들은 서로 늑장 수사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권호.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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