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야쿠트 가스전/개발 주도권싸고 마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우프리미엄에 10개사 컨소시엄 삐걱/현대 “2년전 타당성조사 계획돼 독자참여”
러시아의 야쿠트가스전 개발을 놓고 정부가 국내업체의 컨소시엄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대는 독자개발을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업체들도 대우주도에 반발,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내달 17일 방한하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을 맞아 천연가스 예상매장량이 67억t,확인매장량만도 6억5천만t이 되는 야쿠트가스전을 공동개발키로 합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한국석유개발공사와 대우·현대·삼성·럭키금성 등 국내 굴지의 10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 가운데 대우를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간사회사로 지정키로 했다. 러시아측 파트너는 러시아기업가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볼스키씨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야쿠트가스전은 시베리아 동쪽에 있는 야쿠트자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시 부근에 있는 세계 최대의 미개발 가스전이다.
정부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방한때 야쿠트가스전 공동개발을 주요 의제로 거론키로 하고 지난달말과 이달초 동력자원부 한준호자원개발국장과 김시형차관을 잇따라 모스크바에 파견,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토록 했다.
정부계획은 양국 기업인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공동으로 개발을 담당케하고 러시아 중앙정부 및 야쿠트 지방정부와 한국정부가 의향서(메모랜덤)를 상호교환,이를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러시아 방문때 야쿠트 지방정부의 서명을 받지 못함에 따라(니콜라예프대통령이 당시 휴가중) 다음주중 유각종유개공사장을 야쿠트 현지에 보내 옐친대통령의 방한전에 모든 준비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진념동력자원부장관은 지난달 25일 10개회사 사장단회의를 소집,대우를 간사회사로 하는 컨소시엄 구성계획을 밝히고 이들 회사들로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는 이로써 북한·러시아 등 북방진출을 선도하는 「지위」를 누리게 됐으며 이에 따른 정부지원 등 각종 프리미엄을 갖게 됐다.
그러나 현대는 이달초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동력자원부에 발송했다.
현대는 이 공문에서 ▲러시아측 파트너인 볼스키씨가 개혁파인 가이다르 현총리에 반대하는 보수파의 거두로서 장래를 믿을 수 없으며 ▲야쿠트 개발참여는 외국의 경우처럼 정부차원이 아닌 현대 독자의 능력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지난 90년 6월 야쿠트자치공화국과 사업타당성조사를 함께 하기로 의향서를 교환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구소련 지질부 등으로부터 타당성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참여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또 나머지 회사들도 『가스전은 보유국(러시아)이 개발을 해놓고 소비국(한국)에 참여를 권유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인데 이번 경우는 소비국이 개발·수송·판매까지 모두 맡게돼 위험부담률이 극히 높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쿠트 가스전은 ▲개발에 드는 비용이 최소한 1백50억달러로 엄청나며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 등으로 우리 독자기술로는 개발이 어려울 뿐더러 ▲동북아시아 국제정세로 인해 5천4백7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야쿠트가스전이 설사 개발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들여오려면 최소한 20∼30년이 걸리는데 이런 장기적 프로젝트를 한·러시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올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한국에서 빌려간 돈의 이자조차 제대로 못갚고 있는 형편인데 이에 대한 대가로 야쿠트가스전 같은 위험부담률이 높은 장기 프로젝트보다 단기간에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양국간 경제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한종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