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감독『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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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문열씨의 단편『구로 아리랑』의 영화화로 89년 데뷔했던 박종원 감독(35)이 이번엔 이씨의 널리 알려진 중편『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영상언어로재 창작했다.
이번 주말 개봉을 앞두고 가진 몇차례 시사회에서 평진들은 「수작」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고 그 중에는『우리 영화대표작』(허창)등의 격찬도 많이나왔다.
허씨는 『우화적일 수도 있는 소설공간을 치밀한 리얼리즘 영화로 다시 만든데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기자들, 특히 어린 연기진의 조화가 더 할수 없이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했다. 또 이세룡씨는 『설명조의원작을 영화답게 영상으로 이야기하는데 성공했다』며 『이 영하를 올 상반기 최고작으로 꼽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말 크랭크 인,6개월의 제작과정을 거친 이 영화는 실상박감독이 조감독 시절이던 87년부터 영화화 설계를 짠 것으로5년 가까운 밑 작업이 이번 완성도 높은 작품의 탄생으로 연결된 셈이다.
『우리들의…』은 오는 24일 개최되는 캐나다몬트리올영화제 본선에 올라 있다.
출품작 선정차 지난5월 내한했던 영화제 집행위원장 세르게로직씨는 전체중70%의 촬영분만 보고 출품을 요청, 몬트리올 영화제에서는 전례가없던 호감을 나타냈다.
소설『우리들의…』은 자유당말기 시골국교 5학년 학급을 무대로 동심의 세계에조차 엄존하는폭력 독재의 지배와 피지배관계를 그려 기성세대의 부조리를 고발한 우의소설이다.
이 소설은 87년 이상문학상 수상이란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폭력구조의 본질은 덮어둔채 허약한 좌절만을 나열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민중적 전망이 결여된 이야기』라는 비판도 받았었다.
영화『우리들의…』도 소설의 내용·작의를 대체로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일부 변형하면서 영화의 생생한 표현기능을 적절히 구사, 폭력(또는 권력·금력)에 의존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보여줘 영화가 목적한바는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앞으로도 어느 시대에나 상존할 것같은 폭력적인 지배층을 관객으로 하여금 스산하게확인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속에서 미약하게 처리돼 연출의도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은 약점은 보여주나 영웅적인 방법으로 한학급의 은밀했던 폭력구조를 일거에 해체시킨 교사가 나중에 결코 존경받지 못할 지배권의 국회의원으로「변절」한 것은 통절하나마 사실 그대로의 우리현대사의 한 단면이다.
박감독은『순종형의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고 불의에 맞섰던 사람들도 폭력앞에 굴종할때 그들은 그 와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기력한 소시민으로 안주하거나 전락할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며『그들이 바라는 건강한 세계에 대한 전망은 다음 작품의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어깼든 이문열씨는 따의 소설이 많이 영화화됐으나 이번 작품처럼 원작의 감성을 그 이상으로 살려낸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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